2025년 12월 23일(화)

여대생 성추행해놓고 "술취해 기억 안난다"는 가해자 편들어준 판사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재판을 진행하고 있던 판사가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을 편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7일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에 따르면 성추행 사건을 담당한 A판사가 재판 도중 성추행 가해자를 편드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4월 21일 숙명여자대학교 캠퍼스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다.


이날 밤 9시께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 B씨는 숙대 캠퍼스에 침입해 일면식이 없던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이를 거부하는 여학생을 폭행한 혐의(무단침입, 강제추행 및 상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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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B씨는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당시 B씨가 만취한 상태가 아니었다. 기억을 못 할 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변호사는 "CCTV를 봤을 때 범행 당시 B씨가 비틀비틀 걷지 않았다"며 "술 취해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A판사는 "(술을 많이 마시면)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고 숙명여대 학생들은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당시 재판을 목격한 숙명여대 학생들에 따르면 A판사는 변호사에게 "술 많이 안 먹어 봤나? '블랙아웃' 한번 안 겪어봤나? 나는 술 먹어봐서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에 대해 가해자를 옹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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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학생들은 A판사가 가해자 B씨 측에게 술에 취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서류를 제출하라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A판사는 B씨 측에게 "술집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저쪽(피해자 측)이 아무런 말 못 할 것 아니냐"고 권유하며 재판에 유리할 수 있도록 상세한 방법까지 알려줬다고 전해졌다.


그런 A판사의 조언에 B씨 측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당시 재판을 방청했던 숙명여대 학생 C씨(22)는 "중립적이어야 할 판사가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이에 대해 서부지법 관계자는 "한쪽 편의 시각에서 본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A판사의 그러한 발언이 B씨를 옹호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당시 판사가 "기억 안 날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소위 블랙아웃 이래가지고 그땐 기억나는데 지금은 기억 안 날 수 있죠. 변호사님은 술 드셔봤어요? 블랙아웃 한 번 안 겪어 봤어요?"라고 말한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해가 간다"라고 발언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한 증거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B씨가 주장하는 내용을 증빙하기 위한 자료를 내라고 했을 뿐"이라며 "그런 자료들은 이런 사건에서 흔히 나오는 자료"라고 해명했다. 


인사이트숙명여대 커뮤니티


"지하철서 '몰카' 찍다 걸린 판사가 '성범죄 재판'을 하고 있다"지하철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잡힌 현직 판사가 여전히 재판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