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강간 당해 결혼한 여성이 '한샘 사건' 이후 이혼 결심하고 올린 글

인사이트'한샘 사건' 이후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홍지현 기자 = 한샘 사건이 논란이 된 이후 한 여성이 오래 전 자신이 성폭행을 당해 결혼했고 그로 인해 고통 속에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12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여성이 '제가 강간으로 결혼했음을 이제야 알았네요'라는 장문의 글을 올려 누리꾼들에게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몇 해 전 원치 않는 상황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뒤 어쩔 수 없이 결혼해 아이까지 낳아 키우고 있다는 A씨는 '한샘 성폭행' 사건 이후 과거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을 폭로했다.


인사이트한샘 성폭행 사건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가구회사 사건으로 떠들썩할 때 카톡 대화내용, 양측에서 올리는 글, 그리고 그것을 읽은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을 보며 제가 강간으로 결혼한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애써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A씨의 기억 속에 공포의 순간으로 자리잡은 '사건'에는 지금의 남편이 '가해자'로 등장한다.


같은 분야에서 업무를 통해 알게 된 남편은 나이가 한참 많은 연상의 남성이었다. 


평소 일 때문에 카톡 대화를 나누면서 지인으로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이 남성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


인사이트A씨는 성폭행을 당해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자료 사진) / Gettyimages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지금의 남편은 교묘한 말과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집으로 A씨를 강제로 데리고 갔다.


A씨는 당시 너무 어린 나이였는데 설마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실수였다.


남편은 집요한 방식을 이용해 A씨가 성관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다고 한다. 당시 잠자리를 거절할 경우 어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남편에게 그 기억은 운명적인 결혼을 했던 행복한 추억으로 되어 있고, 저에게 그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두렵고 불안했던 끔찍한 기억이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지금의 남편은 당시 A씨를 성폭행다고 한다(자료 사진) / Gettyimages


이어 "언제든지 밀폐 된 공간에서 저는 소리 소문 없이 죽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고 너무 겁이 났기에 연인관계도 아닌 사람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최대한 안전하게만 살아서 나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사실상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지금의 아내 A씨와 여러차례 성관계를 맺었고 이후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연인도 아니고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후 무력감을 느끼고 자포자기하는 상태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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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A씨는 솔직히 원하지 않았지만 결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자료 사진) / Gettyimages


특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자신의 인생이 산산조각날 것 같은 두려움과 가족들의 슬픈 얼굴이 떠올라 '결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결혼한 이후 잠시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A씨에겐 늘 두려운 마음이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또한 남편에게 정서적인 학대와 가스라이팅(gaslighting)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스라이팅'은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켜 결국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뜻한다.


인사이트정서적으로 학대까지 당해 늘 불안에 떨어야 했던 A씨(자료 사진) / Gettyimages


A씨는 성폭행 당한 날부터 며칠 동안 집에 가지 못하고 지금의 남편에게 잡혀 함께 지내야했다고 한다.


A씨는 "선녀의 옷이 아닌 선녀의 날개라도 부러뜨린듯 도망가거나 거부하지 않고 얌전히 옆에 있는 모습에 안심이 됐는지 정말 잘해주더군요"라며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결혼 뿐이었어요"라고 전했다.


가증스러운 대목은 결혼 이후 남편의 행동이었다. 


남편은 가는 곳마다 '어디서 저렇게 어린 아내를 얻었냐'며 능력 좋다며 칭찬일색이었고 그럴 때마다 아내인 A씨가 먼저 좋다고 꼬리친거라며 웃고 즐겼다고 한다.


인사이트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성범죄 때문에 신음하는 여성들이 많다(자료 사진) / Gettyimages


게다가 이번 '한샘 사건'을 통해 A씨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어떻게 다르게 사건을 기억하고 재구성하는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오래 전 당한 일이 성폭행이었던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됐다고 눈물로 호소한 셈이다.


A씨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조금의 행복한 기억도 있었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것만은 사실이네요. 저는 강간을 당했고 무수한 가스라이팅과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남편과 이혼을 하고 진짜 자신의 인생을 되찾고 싶다고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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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한샘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에서 성범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과 해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남자의 입장에선 '로맨틱한 기억'이라는 대목에서 소름이 돋았다", "모 연예인도 어렸을 때 나이 많은 개그맨 남자에게 성폭행 당해 결혼했다고 들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는데 왜 신호하지 않고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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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현 기자 jheditor@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