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아파트 경비원에게 김치냉장고를 옮겨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 주민의 행동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비아저씨에게 김치냉장고 옮겨달라고 하는 게 부탁?'이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해당 글을 게시한 누리꾼 A씨는 얼마 전 아이 친구 엄마와 대화를 하던 도중 상식 밖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이 친구 엄마가 자신의 집 김치냉장고를 옮겨야 하는데 이를 아파트 경비원에게 부탁해야겠다고 말한 것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대부분 연세가 많은 경비원에게 무거운 것을 옮겨달라고 하는 건 무리일뿐더러, 이는 경비원의 업무가 아니라 생각한 A씨는 "그건 무개념 행동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아이 엄마는 "경비아저씨에게 부탁하면 다 해주지. 그냥 부탁하는게 아니고 해주면 그만큼 따로 음식으로 보답하지"라고 답했다.
A씨의 지적이 마음에 쓰였는지 아이 엄마는 결국 경비원을 부르지 않았지만 A씨는 "그동안은 그런 궂은일을 경비원에게 부탁한 것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사실 A씨가 아파트 경비원 문제에 더욱 열을 올린 이유는 자신의 아버지가 최근까지 경비원을 하셨기 때문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아버지가) 연세가 있어 힘들어 그만 두셨다"며 "그래서 그런 상황을 상상해보니 더 흥분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지금껏 A씨는 경비원 일로 고생하는 아버지가 생각나 아파트 청소노동자나 경비원들을 마주칠 때마다 항상 웃으며 인사하고 감사하다 말했다고 밝혔다.
명절에도 비싼건 아니지만 선물도 챙겨드리며 살아왔다는 A씨는 "반말이나 명령조로 (경비원에게)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서로 예의 좀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 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 사연에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왜 집안일을 경비 아저씨에게 시키냐", "아파트 관리비는 말 그대로 관리비용이지 경비원을 종처럼 부려먹으라는 뜻이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A씨에 공감했다.
한편 아파트 경비원을 노예처럼 부리며 '갑질'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3일 서울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행복한 아파트공동체를 위한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를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에는 경비원의 주요 업무가 '감시'인 만큼 청소, 택배, 주차관리, 조경 등은 경비원의 동의를 구하고 추가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경비원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근무 시간 외에는 업무지시를 내릴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