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흉악범 얼굴은 가리면서 형사 얼굴은 그대로 노출하는 한국

인사이트(좌) reportingproject, (우) remotecontrol.mtv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흉악범의 얼굴 공개 여부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흉악범 옆 형사들의 얼굴 공개는 당연시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이 만만치 않게 들끓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언론은 흉악범들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옆에 있는 형사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형사의 얼굴이 공개될 시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잠복 작전 등 수사를 진행하는 데도 차질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형사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해 이영학 관련 보도 사진에서도 이영학을 이송하는 형사들의 얼굴이 드러났다.


한국의 경우 현행법상 형사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언론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형사들의 초상권이 언론 보도를 통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강호순과 형사들 / 연합뉴스


형사들의 초상권이 침해되고 있음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일선 형사들은 보복 우려와 비밀 작전 수행 등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언론 보도에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꺼린다고 한 매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한 형사는 "선배들은 피의자를 조사할 때 가족사진을 올려놓지 말라고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사를 받던 용의자가 수사에 앙심을 품고 가족에게 보복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2013년 인천 모자 살인사건 당시에는 캡모자로 얼굴을 가린 흉악범 대신 형사가 범인으로 오해를 받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사이트Facebook '경찰청 온라인소통계'


그럼에도 여전히 흉악범 옆 형사의 얼굴에 모자이크하지 않는 건 대다수 언론사에서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형사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 연구원은 "공무 수행 중인데 굳이 가려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오히려 피의자와 똑같은 대우를 하는 거냐는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이 얼굴 공개로 인해 위험에 처하거나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일 경우 얼굴을 가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형사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관행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형사 얼굴 공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굴 좀 보자는 시민 말에 째려본 '어금니 아빠' 이영학 딸아빠 이영학의 범행에 가담한 딸 이모(14)양이 2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