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KBS2, (우) 연합뉴스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KIA의 에이스 양현종이 피 말리는 사투 끝에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펼쳐졌다.
이날 경기는 KIA가 3회 5점, 6회 2점을 추가하며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힘을 낸 두산이 6회에 대거 6점을 만들어내며 7-6 한 점 차 박빙의 승부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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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까지 두산과의 1점의 점수 차를 이어가던 KIA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 3개를 잡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바로 2차전 완봉승의 주역인 양현종 마무리 카드였다. 양현종은 불과 나흘 전 122개의 공을 던지며 팀의 1-0 승리를 안겼고 자칫 두산에 역전당할 경우 다음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않았다.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긴장한 탓인지 첫 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다음 타자는 2차전에서 양현종에게 4타수 2안타를 때려낸 오재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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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은 세 개의 공을 뿌리며 좌익수 플라이로 오재일을 돌려보냈다.
이후 양현종은 위기를 맞았다. 조수행의 번트를 맞고 흐른 타구를 3루수 김주형이 1루에 제대로 뿌리지 못하며 1사 2·3루가 된 것이다.
이에 KIA 벤치와 양현종은 '만루 작전'을 펼쳤다. 양현종은 1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박세혁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한 시름 놓게 됐다.
그러나 짧은 타구에 발 빠른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양현종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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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지막 상대는 두산의 유격수 김재호였다. 김재호는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9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지만 언제든 한방을 칠 수 있는 선수였다.
위기의 상황에서 양현종은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양현종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한복판으로 시속 144km 빠른 공을 꽂아 넣었고 김재호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 쳐냈다.
그러나 공은 멀리 가지 못했다. 공은 포수 뒤쪽으로 높게 치솟았고 포수 김민식이 마스크를 던지고 차분히 따라가 이를 안전하게 잡아냈다.
KIA의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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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이 공을 잡는 순간 양현종은 두 손을 하늘로 들고 포효했다. 모든 선수가 양현종을 향해 뛰어오고 김민식은 선배 양현종의 품에 안겼다.
선수와 감독 시절을 통틀어 우승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KIA의 김기태 감독 눈가는 붉고 촉촉하게 물들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뒤 김기태 감독과 함께 1년 동안 그들을 응원해주고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켜준 팬들에게 큰절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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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 완봉승과 5차전 세이브를 따낸 양현종이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그는 부상으로 기아자동차의 스팅어를 받았다.
한편 KIA는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기태 감독과 재계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통합 우승'을 이뤄낸 김기태 감독에게 KIA가 어떤 파격적인 대우를 해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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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TV '한국시리즈 5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