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택배 배송 중 하천에 휩쓸려 가는 초등생 구조한 택배기사

인사이트CJ택배기사 최동준씨 / 사진 제공 = 최동준씨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택배 배송 중 아이가 물에 빠졌다는 주민들의 말에 만사를 제쳐놓고 하천으로 뛰어든 한 택배기사의 희생정신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5일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리 일대에서 택배를 배송하고 있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최동준(42) 씨는 한 아파트 앞에서 3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뛰어와 차를 멈춰 세웠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차에서 내렸더니 아주머니가 바로 앞 하천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물에 빠졌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 뛰어온 아주머니를 본 최씨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인사이트사고가 발생한 오남읍 오남리 하천 / 사진 제공 = 최동준씨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이미 아이는 얼굴을 하천에 박은 채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주민들은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출입구가 보이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이가 뒤집어진 모습을 본 최씨는 오직 살려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3m가 조금 넘는 언덕을 넘어 하천으로 뛰어들었다.


물이 깊지는 않았지만 밤새 내린 비로 하천이 불어있어 물살이 셌다.


우거져 있는 물풀을 헤치고 아이에게 도착한 최씨는 일단 숨이 붙어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다행히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이미 물을 너무 많이 먹어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최씨는 물가로 채 빠져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아이의 목젖까지 손가락을 넣어 물을 토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아이가 음식물을 게워냈고, 그제야 조금씩 호흡이 돌아왔다. 이후 최씨는 뭍으로 아이를 옮겨 심장마사지를 시작했다. 군대에서 배운 인공호흡이 도움이 많이 됐다.


이후 주민의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이 도착했고 최씨는 아이가 무사히 구급차에 몸을 실을 때까지 구조를 도왔다.


당시 현장에는 물에 빠진 초등학생 남자아이 외에도 또래 친구 예닐곱 명이 함께 있었다.


두 친구가 물에 빠졌지만 한 친구는 의식이 있어 홀로 빠져나왔으며, 다른 한 친구는 최씨가 물에 뛰어들어 구조한 덕분에 무사히 목숨을 구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최씨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아이가 눈앞에 둥둥 떠내려가는데 저 아이를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때도 어른들이 우왕좌왕하다 무고한 아이들이 죽지 않았냐. 또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없었다. 어른들이 용기를 내면 아이를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에 빠진 사고가 '인재(人災)'가 되질 않길 바랐던 최씨의 간절함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특히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2학년짜리 두 아들이 있다는 최씨는 "만약 저 아이를 살리지 못하면 그 부모님이 평생 괴로워하며 살 것 같아 그 마음 때문에 하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마지막으로 "과거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의 인터뷰를 봤는데 그분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인생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한다'고 말하더라"라며 "나도 이 일로 인해서 한 생명을 구해 삶을 의미있게 만든 것 같아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남양주시의회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를 구한 최씨에게 남양주시의회 의장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불난 노래방 맨몸으로 뛰어들어 여주인 구조한 30대 남성대전의 한 노래방에 불이 나자 시민이 들어가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고 노래방 여주인을 구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