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청각장애 할아버지가 목숨 바쳐 구한 누렁소 도축한 이웃집

인사이트facebook '동물사랑실천협회'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자신과 12년 동안 함께한 누렁소를 구하고 목숨을 잃은 한 청각장애 할아버지의 가슴 뭉클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5일 Daum '스토리펀딩'에는 자식 같던 소를 구하다 목숨을 잃은 청각장애 할아버지의 사연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청각장애를 앓던 김모 할아버지는 가족이 모두 서울 등으로 떠난 후 시골에서 혼자 누렁소를 키우면서 지냈다.


외로웠던 할아버지에게 누렁소는 12년 동안 유일한 친구이자 든든한 자식으로 곁을 지켰다.


인사이트daum 'storyfunding', 케어


그러던 어느 날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누렁소에게 주려고 쇠죽을 끓이던 도중 장작불의 불씨가 축사로 옮겨붙은 것이다.


그러나 청각장애를 앓는 할아버지는 축사가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매캐한 냄새를 맡은 후에야 밖으로 뛰쳐나와 누렁소를 구하고자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망설임 없이 뛰어든 할아버지 덕분에 누렁소는 목숨을 구했지만 지친 할아버지는 축사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내려온 가족들이 할아버지가 목숨을 바쳐 구해 낸 누렁소를 이웃집에 100만원에 넘긴 것이다.


해당 이웃집은 소를 도축해 판매하는 농가였고, 누렁소는 화상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오물로 가득한 축사 안에 며칠을 갇혀 있어야 했다.


인사이트daum 'storyfunding'


이 사연은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전해졌고, 케어는 누렁소를 구하기 위해 이웃집 주인에게 값을 물었다.


그런데 처음엔 "좋은 일 하는 것이니 돈도 더 필요 없다. 130만원에 줄 테니 이 '물건' 언제 가져갈 거냐"던 주인의 말이 바뀌기 시작했다.


두 번째 통화에서 "소가 곧 죽을 거라느니, 죽었다느니"라고 하면서 케어와 통화한 당일 수의사의 치료도 거부한 채 누렁소를 도축장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결국 할아버지가 목숨을 바쳐 살리려 했던 누렁소는 도축됐다. 이 사연에 주변인들과 누리꾼들은 크게 분노했고 누렁소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한편 케어 측은 "세상은 할아버지의 자식이었던 소를 단지 소로만 볼 뿐"이라며 "김 할아버님, 누렁이를 지켜드리고자 노력했으나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한탄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