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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팽목항에 갖다 놓은 미수습자 박영인 군의 축구화

1072일 동안 차디찬 바닷속에 가라앉아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사랑하는 내 아들. 너를 기다리는 모든 이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오렴. 사랑한다"


1072일 동안 차디찬 바닷속에 가라앉아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인양은 고작 하루밖에 안 걸렸지만 그 과정까지 꼬박 3년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은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이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 탄 뒤 아직까지 배에서 내리지 못한 가족들을 언제라도 마중하기 위해 참사 이후 1000일 넘게 팽목항을 지켜왔다.


애끊는 기다림으로 바다를 향해 남현철·박영인·조은화·허다윤·고창석·양승진·권재근·권혁규·이영숙(미수습자 9명)을 외쳐왔던 가족들.


이들은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한 세월호를 보자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사연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제발 떠오르길…" 바닷속서 1072일 기다려온 세월호 미수습자 9명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르길 그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팽목항 한켠에 놓인 축구화는 축구를 좋아해 체육대 진학을 꿈꿨던 단원고 2학년생 박영인 군(6반)의 것이다.


2남 중 막내인 박영인 군은 운동을 좋아해 '만능 스포츠맨'으로 불렸으며, 성격도 발랄하고 쾌활해 부모님에게 딸 같은 존재였다.


그랬던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팽목항 한켠에 축구화를 놓아두었다. 아직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하늘에서라도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어머니는 "사고 전 아들이 '축구화를 사 달라'고 했지만 미처 사주지 못했다. 그것이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며 "사고 이후 축구화를 팽목항에 가져가 영인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인 군의 아버지는 "영인이보다 먼저 발견된 교복과 운동복 등은 아직 집에 그대로 있다"며 "영인이가 웃던 모습이 조금 전에 본 것처럼 생생하고 언제든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인사이트Facebook 'sewolho416'


이처럼 팽목항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부터 미수습자 9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지금까지 시간이 멈춰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애타게 기다렸던 인양 작업이 시작된 만큼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이 그동안 겪었을 그리고 평생 간직해야 할 슬픔을 조금은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1072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와 함께 미수습자들이 그리웠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아직, 저 배 안에 사람이 남아있어요.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을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