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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떠오르길…" 바닷속서 1072일 기다려온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르길 그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이다.

인사이트Facebook 'sewolho416'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꼬박 3년이 걸렸다. 세월호가 가라앉은지 1072일 만에 시험 인양작업이 시작됐다.


인양 작업이 성공해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르길 그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이다.


정부가 진도 인근 해상에 침몰한 세월호 인양 시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소식에 미수습자 가족 한 어머니는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미수습자 가족은 전날인 22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세월호 인양 작업을 현재 간절한 마음으로 밤새 지켜보며 사랑하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애타게 기도하고 있다.


현재 세월호 미수습자는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 2반 허다윤, 6반 남현철, 박영인, 단원고 교사 고창석, 양승진, 일반인 권재근, 권혁규 부자, 일반인 이영숙 등 9명이다.


3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아직도 아들과 딸, 남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기만 하다.


인사이트단원고 조은화 양과 허다윤 양 / 연합뉴스


수학을 유독 좋아했던 단원고 2학년 조은화 양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 곁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목조목 얘기하는 살가운 딸이었다.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던 단원고 2학년 허다윤 양은 중학생 때부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며 엄마에겐 친구 같은 딸, 아빠에겐 애인 같은 딸이었다.


허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 씨는 "아빠의 모자도, 다윤이가 입고 간 옷, 신발이 모두 올라왔다"며 "그런데 다윤이만 나오지 않았다"고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견디고 기다렸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우리 딸을 꼭 찾아달라"고 말했다.


2남 중 막내인 단원고 박영인 군은 주말마다 부모님 여행에 항상 따라나서는 '엄마·아빠 바라기'일 정도로 착한 아들이었다.


만능스포츠맨으로도 통했던 박영인 군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와 야구 등 구기 종목 운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했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볼링부 활동도 적극적으로 했다.


인사이트2014년 5월 전남 진도 팽목항에 놓인 축구화 / 연합뉴스


특히 축구를 좋아해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운동장에 모여 공을 차는 게 일상이었던 박영인 군은 체대에 진학해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영인 군의 어머니는 "사고 전 아들이 '축구화를 사달라'고 했다"며 "미처 사주지 못한 게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영인 군의 아버지는 "아들보다 먼저 발견된 교복과 운동복 등은 아직 안산 집에 그대로 있다"며 "영인이가 웃던 모습이 조금 전에 본 것처럼 생생하고 언제든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고 말해 주위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해 줄곧 중학교에서만 근무하고 있던 고창석 선생님은 2014년 3월 단원고로 발령받은 지 한 달만에 변을 당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에도 고(故) 남윤철 선생님과 함께 제자들의 탈출을 돕느라 본인은 정작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자는 가족에게 "선생님께서 2005년 중학교 근무 당시 학생휴게실에 불이 나자 소화기를 들고 가장 먼저 뛰어와 진화하셨다"고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인사이트단원고 고창석 선생님 / 연합뉴스


진도 인근 해상에 침몰한지 3년 만에 떠오르는 세월호. 3년간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을 기다려온 가족들은 애타게 소망했던 인양 작업 소식에 환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본인양이 시작되자 갑판 밖에 나가 환한 조명이 켜진 인양 현장을 바라봤고 아픈 마음을 애써 눌러 참던 한 어머니는 딸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대기실에 모여 TV를 보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3년 동안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녹슬어 누런빛을 띠는 것을 보고 가슴을 치기도 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23일 오전 10시 현재 높이 22m인 세월호 선체를 해저면에서 24.4m까지 인양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당초 오전 11시까지 인양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선체 자세가 변동돼 오후 늦게 또는 저녁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왜 3년이나 시간을 끌었습니까"라고 묻는 미수습자 가족들. 녹슨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