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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훔쳐 법정에 선 1급 지적장애인에 판사가 마지막으로 한 질문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은 알지만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1급 지적장애인에 재판부가 선처를 내렸다.

인사이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물건을 훔치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걸 압니까?"


판사의 물음에 1급 지적 장애인은 "네"라고 답했다. 대답을 들은 판사는 검찰이 내린 '징역 1년' 구형 대신 벌금형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18일 창원지법 형사6단독(재판장 오원찬)으로 열린 선고 공판에 30대 여성 김모씨가 들어섰다.


지능 지수가 55에 불과한 김씨는 1급 지적장애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해시의 한 마트에서 캐러멜 등 과자를 훔치고, 2016년 6월엔 또 다른 마트에서 생리대 1개와 과자 7개를 훔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김씨가 훔친 물건의 금액은 6만원가량. 검찰은 김씨가 여러 차례 절도를 시도했고 상습적이라 판단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경남 김해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김씨는 초등학교 때 뇌척수막염에 걸렸다.


1년 정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었던 김씨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리 판단이 어려워 지적장애 1급을 판정받았다.


또 치료 과정에서 이가 모두 녹아내려 잇몸으로 겨우 음식을 씹어 넘기는 등 주변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김씨는 좁은 공간에 갇혀 있으면 구토 증세를 보였다. 병원에 입원시키는 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권유에도 김씨 어머니는 딸을 위해 통원치료를 선택했다.  


당연히 딸을 돌보느라 제대로 된 일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돼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생활비로는 빠듯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던 중 김씨에게 물건을 훔치는 버릇까지 생겼다. 네 차례의 절도 혐의를 받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법정에 서게 된 김씨. 오원찬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에 앞서 김씨에게 "물건을 훔치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압니까"라고 물었다.


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짧게 말했다. 김씨의 답변이 끝나자 오 판사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오 판사는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이자, 절도 액수가 소액이고 지속적인 치료와 원호가 필요하다고 본다.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도 고려했다"며 김씨에게 벌금 30만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훔치는 게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조절하지 못한 김씨에게 선처를 내린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에 법정에 동행했던 김씨의 어머니는 "감사하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