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식까지 참석한 선수에 "평창올림픽 못 간다" 갑자기 통보한 스키협회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한 경성현 선수 / 연합뉴스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빙상연맹에 이어 대한스키협회의 '무능 행정'이 도마 위에 올라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대한스키협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종목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팀 선수 9명 중 5명이나 평창올림픽 출전 무산된 사실이 확인됐다.

남자선수 정동현(30·하이원)과 김동우(23·한국체대), 여자선수 중에는 강영서(21·한국체대)와 김소희(22·단국대) 선수 등 4명이 출전권을 받았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설경 선수 / 연합뉴스

이외 경성현(28·홍천군청), 김현태(28·울산스키협회), 김설경(28·경기도체육회), 이동근(23·국군체육부대), 김서현(27·대전스키협회) 선수 등 5명이나 평창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대회를 코앞에 두고 절반 이상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이유를 두고 대한스키협회 측이 선수들에게 '올림픽 선발 기준'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당초 우리 대표팀이 확보한 출전권은 국가 쿼터(남1·여1)와 개최국 쿼터(남1·여1) 등 4장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내는 선수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별도의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서현 선수 /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대한스키협회의 판단이 잘못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스키연맹(FIS)은 올림픽 알파인스키 참가선수 기준을 올림픽 출전 랭킹 상위 320명으로 제한한다.

그런데 지난 23일 FIS가 공개한 랭킹을 보면 가장 상위 순위에 오른 정동현 선수는 455위다. 우리 선수 중 랭킹 상위 320명 안에 들어가는 선수는 애초부터 없었던 셈이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정확한 랭킹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9명 중 누군가는 탈락한다'는 말로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한 경성현 선수 / 연합뉴스

이같은 대한스키협회의 해명에도 미숙한 행정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탈락자 명단에 오른 경성현 선수가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까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성현 선수는 이날 대한민국 선수단복을 입고 결단식에 참석했지만, 바로 다음 날인 25일 오전 '올림픽 출전 불가'를 통보받았다.

실제 홍천군청 소속 경성현 선수의 '올림픽 출전 확정됐다'는 내용의 보도가 몇 차례나 나왔을 정도로 그의 올림픽 출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경성현 선수 / 연합뉴스

갑작스런 통보에 경성현 선수는 충격적인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성현 선수의 아버지 경화수 씨는 "결단식까지 참석하게 해놓고 갑자기 선수를 바꾼다고 하니 (경)성현이가 앞으로 스키를 그만두겠다고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앞서 경성현 선수은 지난 12일 정선 하이원리조트 코스에서 개최된 FIS 극동컵 속도 종목인 슈퍼대회전에서 1분 00초 52를 기록해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인 7위에 올랐다.

이번에 속도 대표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김동우 선수의 1분 01초 52(23위)를 앞선 기록으로 속도 면에서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해왔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현태 선수 / 연합뉴스

이재찬 대한스키협회 수석부회장은 "올림픽 대표 선발은 협회 규정에 의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올림픽 출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성현 선수를 결단식에 참석하도록 한 것은 무신경한 처사였다"고 인정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올림픽 출전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노선영(29) 선수의 출전이 무산된데 이어, 대한스키협회 또한 선수들의 꿈을 좌절시킨 행정처리로 공분을 사고있다.

한편 빙상연맹의 행정미숙으로 노선영 선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기회를 잃은 것과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빙상연맹을 해체하라"는 청원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이동근 선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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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