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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수술 받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지만 수능 포기 못한다"

마음만큼 몸은 따라주지 않지만 만학도 차영옥 할머니는 4년 내내 단 한번도 결석한 적은 없다.

인사이트EBS '정오뉴스'


"엄마, 제발 몸도 아픈데 학교 가지마"


오늘도 딸에게 아프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고 등굣길에 나섭니다. 마음만큼 몸은 따라주지 않지만, 4년 내내 단 한번도 결석한 적은 없습니다.


수능 다음날인 24일, 가채점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만학도 차영옥(75)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27년 전 위암 수술을 받으며 위를 전부 들어내고, 6년 전 췌장암 수술까지 받았는데요.


"의사 선생님이 앞으로 3개월 밖에 못 산다고 했었대요. 하루라도 더 살아보려고 수술을 받았어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병을 이겨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얻고 나서 그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공부'였죠.


인사이트EBS '정오뉴스'


"머리가 항상 아파요. 나를 살렸던 항암제가 지금은 왜 이렇게 원망스러운지…"


학교에 입학해 원하는 일을 하게 됐지만, 불쑥불쑥 찾아오는 두통이 원망스럽습니다. 실제 할머니의 손은 울긋불긋한 항암제 주사 자국이 가득했는데요.


"국어 시험이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정말 마음 깊이 하고 싶었던 거니까 재미있게 보고 왔어요"


그래도 꿋꿋하게 지난 23일 수능을 치렀습니다. 그는 자신이 도움을 받은 만큼, 사회에 다시 돌려주고 싶어 '사회복지학과'를 지원했죠.


"어머님들이 수능을 보실 때마다 마음이 묵직해집니다"- 박상의(41) 컴퓨터 교사


인사이트EBS '정오뉴스'


할머니는 올해로 개교 65주년을 맞은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 다니는데요. 이번에만 175명의 만학도 고3 학생들이 수능을 치렀습니다.


이중에는 임광숙(60) 씨도 있습니다. 그는 농부의 딸로 태어나, 시집과 문학작품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는데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결혼해 아이를 키우며 꿈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고종사촌 언니의 권유로 만학도의 길에 들어섰는데요.


"시는 나의 생명같다고 생각해요. 습작한 시를 찢어 버릴 때는 꼭 내 새끼를 찢는 것처럼 아파요"


교내 문예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40년간 묵혀둔 꿈을 다시 꾸게 됐습니다. 50편이 넘는 습작을 썼고, 지난 9월에는 마침내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습니다.


인사이트EBS '정오뉴스'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머리가 아파 찾은 병원에서 뇌에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지금이 아니면 대학에 갈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목숨은 하늘에 맡겨둔 셈이죠"


당장 수술 받지 않으면 실명할 수도 있었지만, 시험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수술을 미루고 생애 처음으로 수능을 봤는데요. 지금은 국어국문학과 진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당장 시작하세요.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수능은 끝났지만, 만학도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인 모양입니다. 여러분도 원하는 게 있으신가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인사이트EBS '정오뉴스'


식품영양학과 가고 싶어 밤샘 공부하며 '수능' 준비하는 82세 할머니"문제랑 나랑 친해지는 과정"이라며 어려운 공부도 너무나 재미있어하는 '고3 수험생' 82세 할머니의 사연이 시선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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