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된 성 소수자 왕·왕족 5명

KBS1 '천추태후'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는 여전히 차별과 억압의 대상이다.

심지어 일부 종교세력은 성 소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 소수자들은 엄연히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다.

역사 속에서 성 소수자들은 시대는 물론 신분을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특히 왕조를 이어가야 할 특명이 주어진 왕과 왕족 중에서도 성 소수자가 있었다.  

우리 주변에 언제나 있었지만, 존재 자체가 금기시돼왔던 역사 속 성 소수자들은 누구인지 아래의 목록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1. 신라 혜공왕 (惠恭王)

채널A '천일야사'

기록에 등장하는 최초의 성 소수자는 태종 무열왕계의 마지막 왕이자 신라 제36대 왕 혜공왕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혜공왕은 여자 같은 행동을 하고 여성복을 즐겨 입을 뿐만 아니라 하급 관리들을 희롱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에 신하들은 여자로 태어났어야 할 혜공왕이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 왕위를 차지했다며 불길해 했다.

신하들의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던 것인지, 당시 신라에서는 해괴한 일들과 천재지변이 끊이질 않았다.

이때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틈타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이 와중에 혜공왕은 신하들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2. 고려 목종 (穆宗)

KBS1 '천추태후'

천추태후의 아들로 알려진 고려 제7대 왕 목종은 남색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목종은 빼어난 용모를 자랑했던 유행간(庾行簡)이라는 사내와 정을 나눴는데, 유행간을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과분한 벼슬자리까지 안겨줬다.

유행간은 목종의 총애를 등에 업고 매우 교만한 태도로 신하들을 업신여겼다.

그러나 유행간의 권세는 고려 무신 강조(康兆)가 일으킨 정변에서 목종이 폐위됨과 동시에 막을 내렸다.

3. 고려 충선왕 (忠宣王)

MBC '왕은 사랑한다'

원 간섭기 고려 제26대 왕 충선왕은 미소년 원충(元忠)을 매우 총애해 남색의 대상으로 삼았다.

충선왕은 아직 20세가 되지도 않은 원충을 고위 관직에 올리려 했으나 원충이 이를 부담스러워하며 거절했다.

이에 화가 난 충선왕은 원충을 좌천시켰지만, 원충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던 충선왕은 이후 그를 다시 관직에 임명했다.

하지만 원충은 왕의 총애를 받음에도 권세를 누리려 하지 않고, 겸손한 태도로 살다가 충선왕의 아들 충숙왕(忠肅王) 대까지 충신으로 남았다.

4. 고려 공민왕 (恭愍王)

MBC '신돈'

수많은 개혁정책으로 고려를 원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게한 제31대 왕 공민왕은 자신의 부인 노국대장공주(魯國大長公主)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노국대장공주는 원나라 사람이지만 고려의 편에 서서 남편을 도운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런 노국대장공주가 난산으로 유명을 달리하자 공민왕은 큰 슬픔에 빠졌다.

이후 공민왕은 귀족의 자제 중 젊고 인물이 출중한 남자들을 뽑아 자제위(子弟衛)를 만들었는데, 이들은 왕의 침전에 기거하면서 시중을 드는 등 공민왕의 동성애  상대가 됐다. 

또한 자제위 소속 미소년들에게 후궁들을 범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5. 조선 순빈 봉씨 (純嬪 奉氏)

KBS2 '대왕세종'

세종대왕(世宗大王)의 며느리이자 문종(文宗)의 부인이었던 세자빈 순빈 봉씨는 조선 왕조 역사상 최대 스캔들의 주인공이다. 

괄괄한 성품의 순빈 봉씨는 남편인 문종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순빈 봉씨는 궁녀 소쌍(召雙)과 동성애에 빠졌다. 

순빈은 소쌍을 매우 사랑해 그녀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함께 동침하기도 했다. 

소쌍이 순빈의 곁을 잠시라도 떠나면 순빈은 "나는 너를 매우 사랑하는데, 너는 나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구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순빈과 소쌍의 스캔들이 궁궐에 파다하게 퍼지자 세종은 크게 분노했고, 순빈을 폐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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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