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시민 안전을 위해 목숨 걸고 현장을 나서지만 오히려 재산상 피해를 끼쳤다며 억대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
27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태안소방서는 항구에 정박한 배에 불이 났다는 선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펌프차 3대, 물탱크차 5대 등이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소방서와 항구 간의 거리가 30km 가까이 돼 신고가 접수된 지 39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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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항구에 정박해있던 선박 7척이 완전히 불에 탔고 2척은 절반 정도 소실됐다.
소방관들은 나머지 선박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진화를 이어갔고, 소화전이 없어 바닷물까지 끌어다 불을 껐다.
그런데 이듬해 9월 선주 7명이 소방관이 늦게 오는 바람에 1억 4천만원의 재산 피해를 봤다며 태안소방서를 관할하는 충청남도와 태안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물론 선주 7명이 패소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소방관들은 자신의 과실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본업을 제쳐두고 법정에 서는 등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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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소방 활동에서 발생한 인적, 물적 피해는 각 소방본부가 소속된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임진다.
문제는 구조, 진화 과정에서 재산상 피해를 입히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현장에 나간 소방대원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송에 휘말린 소방대원들은 과도한 업무를 마치고 소송 준비까지 해야 하는 등 이중 업무를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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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소방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왔을 경우 법정 다툼 없이 곧바로 행정심판을 가능케 하는 소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화재 진압, 구조 등 공무 중 발생한 사고나 물적 손실에 대해 소방관의 민·형사상 책임을 아예 면제해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대원들이 공무 중 일으킨 피해가 자신의 중대과실이 아닌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면 본업인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해서 더욱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데일리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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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민 안전을 지키는 소방대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소방관을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26일 행정안전부는 지방직 소방공무원 전원을 2019년까지 국가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방공무원 전문치료 및 치유시설을 확립하고 2020년까지 소방공무원 현장인력 2만명 충원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