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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차 현직 소방관이 꼽은 가장 '황당했던 출동' 5가지

현직 소방관이 지난 14년 동안 일해오면서 당했던 황당한 출동 '빅5'를 꼽아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다.

인사이트현직 소방관이 가장 황당했던 출동 5가지를 소개해 이목을 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현직 소방관이 지난 14년 동안 일해오면서 '당했던' 황당한 출동 '빅5'를 꼽아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다.


22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방관 14년 중 황당했던 출동 사례 5가지'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이 올라와 큰 공감을 얻었다.


올해로 14년차 소방관인 A씨는 "119 신고 받고 출동 나가서 화재진압이나 구조활동, 동물 안전조치하는 것이 주업무입니다. 다만 119 신고 중 정말 불필요했던 행정력 낭비 같은 사례들 5개만 적어봅니다"라고 말했다.


14년차 소방관 A씨가 꼽은 행정력 '낭비 갑' 출동 신고 빅5를 아래에 소개한다.


◇ 5위 늦은 밤 아내가 문을 안 열어준다고 문열어달라는 신고에 출동


인사이트사소한 신고에도 시민을 위해 출동할 수밖에 없는 소방관들(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이런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보통 남자가 술 마시고 새벽 늦게 집앞에 왔는데 아내가 현관문 락 걸어버리고 안 열어주는 경우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차가 나가긴 하는데 정말 방법이 없습니다. 소방관에게 문을 개방할 수 있는 장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내가 잠그고 안 열어주는 현관문을 강제로 열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권한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신고하기 전에 "아내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어서 아내로 하여금 문 열던가, 아니면 찜질방이나 모텔 가서 자세요"라고 조언했다.


◇ 4위 참새가 베란다에 들어와서 잡아달라는 신고에 출동


인사이트소방관 A씨는 신고 전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당부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베란다에 참새가 들어왔으면 베란다 문 열고 휘휘 저어 쫒아내면 됩니다"라며 "소방관이 나가서 할 수 있는 것도 그것이 다입니다"라고 푸념했다.


이어 "큰 까치나 독수리 같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데, 병아리만한 참새는 그냥 쫒아내면 됩니다"라고 전했다.


◇ 3위 보일러에서 물이 새서 출동


인사이트보일러 고장 신고는 의외로 많다고 한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보일러 배관에서 물이 샌다는 신고로 출동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라며 "그런데 이런 것은 저희가 고칠 기술도 없고 고칠 장비도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것은 보일러 업자에게 공임과 재료비 주고 고치는 거지, 소방관이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수리에 돈이 들어야 하는 것들에는 돈을 쓰세요"라고 말했다.


◇ 2위 집에 바퀴벌레 몇마리 나타났다고 잡아달라는 신고에 출동


인사이트말벌과 같은 독충류가 아니면 출동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설마 이런 신고가 있을까 싶지만 정말 있다고 한다. A씨는 "바퀴벌레 몇 마리가 집에 나타났다고 잡아달라고 신고해서 출동했던 사례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가긴 했는데, 일선 안전센터에 해충 퇴치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퀴벌레가 가구나 틈으로 숨어버리면 방법이 없죠"라며 "이런 것은 본인들이 바퀴벌레 퇴치약을 사서 깔던가, 세스코를 부르던가 해야 하는 겁니다"라고 전했다.


A씨는 "말벌 같은 독충류는 출동해서 조치하는 것은 당연한데 바퀴벌레는 후우... 바퀴벌레 가지고는 정말 신고하지 마세요"라고 재차 당부했다.


◇ 1위 새벽 1시쯤 침대 밑에 떨어뜨린 휴대폰 꺼내달라는 신고 받고 출동


인사이트휴대폰 분실 신고도 119 구조대에 자주 접수되는 신고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침대 밑에 휴대폰 떨어뜨려서 꺼내달라고 원룸 사는 30대 여자가 119 신고한 사례입니다"라며 "침대 밀어서 꺼내던지, 막대기 침대 밑에 넣어서 꺼내면 되는 건데 이걸로 119 신고한 거죠"라고 황당해 했다.


이어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진짜 몸 움직이기 힘든 장애인이라면 이해하겠는데 사지 멀쩡한 신고자였습니다"라며 "꺼내주긴 했습니다만, 기분이 가장 더러웠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50대 남성이 자신의 20대 '내연녀'를 마치 '친딸'인 것처럼 속여서 찾아달라고 부탁한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글쓴이 A씨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개념 없는 신고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엄한 법이 있어야 한다", "출동거부권 있어야할 듯 이렇게 사소한데 고급인력을 쓰다니 황당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사이트소방관들이 밝게 웃을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누리꾼들은 반응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한편 현행법에 따르면 허위신고시 2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소방대원의 구급활동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욱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벌집제거 출동했다가 적금 깨 '1천만원' 물어낸 소방관민 안전을 위해 맹독성 벌을 제거하러 간 소방관이 도리어 재산 피해를 입혔다며 1천만원을 물어준 황당한 사건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