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지난 11일 '갑질 대장' 박찬주가 군 검찰에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8월 박 대장은 부인과 함께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워 24시간 대기하게 하며 마치 노예처럼 부리고 뇌물 및 부정청탁까지 일삼은 것이 밝혀지며 논란이 됐다.
군 검찰은 온갖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대신 '뇌물 및 부정청탁죄'로만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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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장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군 검찰) 스스로 법리를 너무 축소해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공관병의 업무가 본래 공관 관리이기 때문에 공관 관리상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을 사적 지시로 해석하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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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장은 2014년 고철업자 A 씨에게 군 관련 사업 편의의 대가로 760여만원의 향응을 받았으며, 부하 중령의 특정 발령 청탁을 받고, 실제 보직심의 결과를 변경,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기소된 뇌물 및 부정창탁금지법 위반이 직권남용보다 중죄에 해당하나 경미한 내용이기 때문에 중벌에 처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군검찰의 '봐주기식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라는 논란이 일어나는 가운데 군인권센터가 고발한 아들 군대 보낸 부모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드는 역대 고발 사건을 모아봤다.
1. 익사 사건 영웅담 둔갑시킨 '김용현 중장' 고발
(좌) 연합뉴스 (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9월 6일 군인권센터는 '17사단 한강 익사 사고 조작 사건'에 대해 긴급 기자 회견을 열었다.
당시 사단장이던 김용현 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중장)이 휴식 시간에 실족사한 병장을 다른 병사를 구출하려다 사망한 것으로 꾸며 발표했다.
초기 사단과 군단에 했던 보고 자료에는 병장이 실족해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됐으나 이후 연대에 보고된 사실이 다른 것이 드러나며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김용현 전 사단장이 당시 연대장에게 전화해 기록된 옷을 체육복에서 전투복으로 바꾸도록 하고 이것이 확인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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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는 미담이나 영웅담이 나오면 부대를 잘 관리한 것으로 판단돼 관리 책임자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김 중장은 보고 조작을 통해 자신의 승진 발판으로 만든 것이다.
이후 조작에 대한 진정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되고 군검찰은 조사를 시작하지만 결국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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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중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자마자 진정을 넣은 이 대령을 무고죄로 고발하고 군검찰은 휴대폰, 차, 집, 집무실 등에 대해 즉시 압수수색을 실시한다.
현재 군인권센터 또한 지난달 6일 김 중장을 '무고죄에 대한 무고'로 고소했으며, 같은 날 검찰단장 송광석 대령에게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2. 공관병 갑질 '박찬주 대장' 사령관 부부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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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 군인권센터는 부인과 함께 공관병에게 갑질을 일삼은 박찬주 대장을 고발했다.
고발하며 센터는 "이달 8일 예정된 군 수뇌부 인사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할 소지가 크다"며 그의 수사가 "반드시 긴급체포와 압수수색 등이 포함되는 강제수사가 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박찬주 대장의 지시로 공관병과 조리병은 그가 골프를 칠 때면 마당에서 골프공을 주웠으며, 박 대장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조리병들은 바비큐 파티 준비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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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인은 일요일이 되면 종교를 불문하고 교회에 데려가 예배에 참석시켰으며, 조리병들의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찬을 집어 던지거나 "너희 엄마가 이렇게 가르쳤냐?"며 부모에 대한 모욕도 서슴지 않았다.
호출 벨을 눌렀을 때 늦게 올라오거나, 전자팔찌의 충전이 덜 되어서 울리지 않을 경우 공관병을 향해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 중에는 괴로움을 못 이긴 나머지 자살을 시도한 공관병도 있을 정도였다.
3. '문병호 소장' 공관병·운전병 등을 상대로 갑질 행위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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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군 인권센터는 육군 제39사단장인 문병호 소장이 공관병들을 상대로 저지른 폭행 및 병영 부조리 사건에 대해 고발했다.
고발을 통해 문병호 소장이 장병들에게 술상을 차리기, 재떨이 들게 하기, 회식 때 입을 사복 코디, 텃밭 관리, 난초 관리 등 공관병에게 개인적인 일을 수차례 시켰으며 욕설과 폭언 및 폭행을 상습적으로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틀 뒤인 지난 6월 28일에 센터는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제보자 중 1인(전역한 병사)의 추가 제보 때문에 육군이 군검찰을 통해 내부고발자 색출에 나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해 국민에게 또 다른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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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발표는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전속부관을 군검찰이 소환 조사했다는 것을 제보자 중 한 명에게 추가 제보받아 발표한 것이다.
센터는 해당 사항에 "육군의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센 가운데 도리어 피해자를 색출하는 상황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육군은 군인권센터가 주장한 "내부고발자 색출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건 무마를 위한 가해자 및 상급자 등의 회유, 압력 정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 제출을 요청"한 것이라 견해를 밝혔다.
지난 7월 26일 그는 보직 해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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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5년간 각종 사건·사고로 군대 내에서 목숨을 잃은 장병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숨진 장병은 444명이며 이들 중 289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망자 중 65%에 이르는 수치다.
열심히 일하는 군인권센터에 건투를 비는 한편 더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군대가 쇄신되기를 마음 깊이 바라본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