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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이승엽' 마지막 인터뷰 "야구를 시작한 것, 최고의 선택"

전설로 남을 대한민국 야구 선수 이승엽이 은퇴 직후 가진 마지막 인터뷰가 공개됐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마지막 응원가가 울러 퍼졌다.


"아아아∼ 이승엽, 삼성의 이승엽. 아아아∼ 이승엽, 전설이 되어라."


감격에 젖은 눈으로 관중석을 바라보던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아 홈을 밟았다.


수없이 돌았던 다이아몬드. 모두의 축복 속에 그라운드를 돈 이승엽은 그렇게 전설이 됐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승엽은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2017시즌 최종전에서 현역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승엽다운 스윙'으로 홈런 2개를 치며 팀의 10-9 승리를 이끈 이승엽은 '타자'로서의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고, 자신을 위한 은퇴식에 참가했다.


2007년 1월 세상을 떠난 모친 고(故) 김미자 씨의 생전 모습이 전광판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승엽의 눈이 조금씩 붉어졌다.


막내아들 은준(7) 군의 "이제 등하교를 도와주세요"라는 천진난만한 부탁에는 흐뭇한 미소도 지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자신의 분신과 같았던 등번호 36이 적힌 유니폼을 반납하고, 36번이 영구결번되는 과정을 보며 이승엽은 울고, 또 웃었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삶도 그랬다.


이승엽은 "국민타자로 사는 건 정말 힘들었다. 행복과 불행을 오가는 자리였다. 국민타자라는 단어가 어깨를 짓눌렀다"라면서도 "하지만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다는 건 소수만 얻는 행운이다. 국민타자라는 타이틀이 붙고 나서 나도 성장했다. 지나고 보니, 행복했던 때가 더 많았다"고 했다.


은퇴식이 끝나고 만난 이승엽은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이승엽을 보면서 김상수 등 후배들이 펑펑 울었다.


후배들을 꼭 안은 뒤, 이승엽은 현역 마지막 인터뷰를 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 눈물의 은퇴식이었다.


▲ 이수빈 구단주를 뵙고 처음 눈물이 났다. 2012년 그룹의 재가가 없었다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경기 전에 류중일 당시 감독님도 뵙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 2012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 류 감독님과 김인 당시 사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평생 감사 인사를 해야 한다.


-- 어머니 영상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은데.


▲ 10년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당신 건강을 챙기지 못하고 야구하는 막내아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당신의 몸이 망가지는 줄 모르고 돌아가셨다. 그런 어머니를 보살피지 못한 게 한이 된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오래 잊고 있었다. 어머니 생전 모습을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 조금만 더 성숙한 아들이었다면, 지금도 살아계셨을 텐데……. 가슴에 맺힌다.


-- 유니폼을 반납했다.


▲ '정말 마지막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삼성에서 15시즌을 뛰면서 팀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해가 된 적도 있었다. 나 때문에 집중해서 플레이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 은퇴경기에서 홈런 2개를 쳤다.


▲ 정말 다행이다. 아버지(이춘광 씨)도 오시고 아들도 왔다. 잘하고 싶었다. 또한 팬들께 송구스러운 모습 보여드리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오늘 우리 팀이 승리했다. 비록 9위로 시즌을 마치지만, 내년 삼성 라이온즈에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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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이른 은퇴가 아닐까.


▲ 떠나야 할 때다. 야구를 더는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은퇴를 너무 빨리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후배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더 응집력 있고 집중력 있게 경기했으면 한다. 후배들과 미팅을 하면서 '선배로서 2년 연속 팀이 9위를 하게 해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전통 있는 팀에서 15년을 잘 뛰었는데, 팀이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 떠난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 선택의 갈림길에 선 적이 많다.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인가.


▲ 최고의 선택은 야구를 시작한 것이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구를 시작했다. 그때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승엽은 없었을 것이다. 이후 모든 선택은 내가 했다. 대체로 내 선택이 모두 옳았다고 생각한다. 은퇴 시점을 내가 정한 것도 잘한 선택이다.


-- 현역을 떠난 첫날인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


▲ 내일 추석인데 차례를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쉬고 싶다. 모레부터는 골프를 하러 갈 생각이다.


-- 마지막 응원가를 들을 때 심정은 어땠는가.


▲ 정말 좋은 응원가라고 생각했다. (웃음) 언제 이런 함성을 또 듣겠는가. 나는 정말 많은 걸 받고 누렸다. 내 은퇴식이 열린 10월 3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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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등하교를 책임질 수 있겠나.


▲ 역시 7살이라 철이 없는 것 같다. (웃음) 현역 때도 쉬는 날에는 아이들 등하교를 도우려고 했다. 이제 시간이 많으니 두 아들 등하교를 자주 도울 생각이다.


-- 국민타자로 사는 것이 힘들지 않았나.


▲ 정말 힘들었다. 행복과 불행을 오가는 자리였다. 국민타자라는 단어가 어깨를 짓누르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이라는 수식어는 극소수만 얻는다. 말과 행동에 제약이 따르지만, 행복한 날이 더 많았다. 이런 타이틀이 붙고 나서는 나도 성장했다. 은퇴 후에도 더 말과 행동을 조심할 생각이다.


-- 등번호 36번의 의미는 무엇인가.


▲ 사실 36번을 싫어했다. 신인 때 어쩔 수 없이 택한 번호였다. 그런데 3년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를 받으면서 '36이 내게 맞는 번호'라고 생각했다. 이젠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36이 박힌 내 배트, 장갑, 손목 밴드를 받아간 후배들이 경기 때 사용하는 걸 보고 뭉클할 때도 많았다. 정말 나는 행복한 야구 인생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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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 눈물 쏟게 한 이승엽의 마지막 선물 '연타석 홈런'한국 야구의 '레전드' 이승엽이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팬들에게 선물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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