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심장이뛴다'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거기서는 소방관 하지 말고 편하고 안전한 직업 해"
지난 17일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29분쯤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불을 끄던 경포 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정자 붕괴로 건물 잔해 등에 깔렸다.
이들 두 사람은 10여 분만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안타깝게 숨을 거두었다.
특히 이 소방위는 1988년 임용돼 퇴직을 불과 1년 앞두고 있었고 이 소방사는 임용된 지 8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 대원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강릉소방서 경포 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왼쪽)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 / 연합뉴스
소방관들의 임무 중 사망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2001년 3월 4일에 있었던 화재로 소방관 6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서울 서부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은 새벽에 화재 신고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듣고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다.
불과 5분 만에 현장 근처에 도착했지만 불법주차로 인해 소방차가 화재 건물 근처로 진입할 수 없었고 이에 소방관들이 직접 소방 호스를 들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SBS '심장이뛴다'
소방관들이 건물에 있던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화재 진압에 들어가려는 순간 한 주민이 "안에 아들이 있다"라며 울부짖었다.
이 소리를 들은 소방관 7명이 즉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수색하는 순간 건물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건물더미를 헤친 소방관들은 동료 한 명을 구해내는데 성공했지만 나머지 6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분향소에서 한 소방관은 "거기선 하지마. 우리 이런 거 하지 말자. 거기선 소방관 말고 편하고 안전한 일 하며 살아"라며 목놓아 울었다.
SBS '심장이뛴다'
무려 1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소방관들의 임무 중 사망 사고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 지역에 폭우가 내렸을 때 고립된 주민을 구하기 위해 투입됐던 강 모 소방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임무 중에 순직한 소방관은 지난 2008년 이후 9년 동안 49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임무가 아닌 과로와 트라우마로 숨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방관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후 올해 3월과 6월에는 체력단련을 하던 베테랑 소방관과 40대 소방관이 각각 과로와 트라우마로 추정되는 사고로 사망했다.
최근 소방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은 총 47명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7명, 2015년 12명, 2016년 6명, 올해 상반기 기준 9명 등이다.
이에 열악한 근무 환경에 처해 있는 소방관들을 위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