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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형'과 '휴 잭맨'의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 나들이

한국을 찾은 잭 블랙과 휴 잭맨의 달라도 너무 다른 '방한 성적표'가 공개됐다.

<(좌) 무한도전 촬영 중인 잭 블랙, (우)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한 휴 잭맨> via MBC '무한도전', 연합뉴스

 

"I love Korea. 여러분 싸라해요"

 

한국을 찾는 해외 스타들이 날로 늘고 있다.

 

영화 홍보나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는 것이지만, 우리 문화 시장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반증이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스타 잭 블랙과 코난 오브라이언, 휴 잭맨 등이 잇달아 한국을 찾아왔다.

 

via 무한도전 공식 페이스북

 

잭 블랙은 지난 1월 20일 영화 '쿵푸팬더 3'의 홍보를 위해 내한했다.

 

그는 1박 2일 동안 한국에 있었지만 레드카펫과 기자회견, MBC '무한도전' 등 꽉 찬 스케줄을 소화하며 한국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무한도전' 속 그의 모습은 한국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다이내믹하게 진행되는 '무한도전' 녹화가 힘들 법 한데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최선을 다했다. 

 

한국 팬들은 세계적인 스타임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매너와 프로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당연히 그의 맹활약으로 '쿵푸팬더 3'는 개봉 5일 만에 무려 170만 관객을 모으는 위력을 발휘했다.

 

<노량진에서 애완용 낙지 구입한 코난> via 코난 오브라이언 인스타그램

 

미국의 '토크쇼 황제'로 불리는 코난 오브라이언도 밸런타인데이인 2월 14일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노량진, 판문점 등 한국 곳곳을 누비며 자신의 '코난쇼' 촬영에 열중했다. 

 

그러나 중간중간 자신의 SNS로 한국 팬들과 소통하고 팬미팅을 진행했다. 또 깜짝 이벤트 차원에서 MBC 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에 출연하고 JYP와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실 코난은 생소한 스타였지만, 4박 5일 만에 한국에서 톱스타가 됐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시간 핫뉴스로 나왔고, 한국 사람들은 그의 출구 없는 매력에 푹 빠진 듯 '코난 오브라이언'이라는 일곱 글자에 뜨겁게 열광했다.

 


 

우리에겐 너무나 친숙한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도 영화 '독수리 에디' 홍보를 위해 7일 한국을 찾았다.

 

휴 잭맨은 대표적인 친한 스타답게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영광"이라며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그는 1박 2일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레드카펫 행사와 관객들과의 대화, JTBC '뉴스룸'에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너무 친숙했던 탓일까. 휴 잭맨은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한국을 떠났다. 

 

그가 출국하고 난 이틀 뒤 JTBC '뉴스룸'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아… 휴 잭맨이 왔었지"라는 기억이 잠깐 뇌리에 스쳤다. 

 

딸에게 한복을 입히고 자주 내한하는 등 넘치는 한국 사랑으로 유명한 휴 잭맨이기에, 이슈몰이(?)에 실패한 그의 뒷 모습은 더욱 짠하게 느껴졌다.

 

<영화 '독수리 에디'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휴잭맨>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슈퍼스타 휴 잭맨이 왜 이번 한국 나들이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을까.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의외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한국을 찾는 해외 스타들이 부쩍 늘고 있다. 위의 3명 외에 클로이 모레츠, 리암 니슨, 탕웨이, 밀젠코 마티예비치 등 수많은 스타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제 한국 사람들은 해외 스타들의 방한을 신기해하지도, 신선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휴 잭맨은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구태의연한' 홍보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영화 홍보를 위해 '레드카펫'과 '관객들과의 대화'만 진행했다. 물론 JTBC '뉴스룸'에 나왔지만 그 또한 지루하고 뻔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레드카펫에 등장해 손 한번 흔들어준다고 이슈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런 방법은 '쌍팔년도'에나 먹혔을 법한 홍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팬들은 '거리감 있는 톱스타'의 모습이 아닌 '친근한 톱스타'의 모습을 원하고 있다. 

 

via 코난 오브라이언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이런 팬들의 변화된 심리와 최신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잭 블랙과 코난 오브라이언은 휴 잭맨과는 분명 다른 행보를 보였다. 

 

잭 블랙은 젊은 매니아 층이 두꺼운 '무한도전'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그를 '우아한 톱스타'가 아닌 '친근한 형', '소탈한 외국인'으로 각인시켰고 이슈 몰이를 할 수 있게 했다. 

 

소셜미디어(SNS) 이용에 능숙한 무한도전의 젊은 시청자들은 그에 대한 칭찬이 담긴 글을 온라인에 올리며 많은 사람과 공유했다. 결과적으로 단시간에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코난도 스스로 이슈를 만드는 영리한 모습을 보였다. 코난은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와 뉴 미디어의 위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생소하게 여길 한국 대중들을 위해 '웃긴 옆집 오빠'처럼 SNS를 통해 유머러스한 사진을 올리며 쌍방향적으로 친숙하게 다가갔다. 

 

결국 그의 SNS는 바이럴 되면서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모든 언론사들은 매시간 마다 업데이트 되는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을 기사로 내보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잭 블랙과 코난, 그리고 휴 잭맨의 내한 성적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똑같이 비싼 돈을 주고 모셔왔음에도 누구는 천문학적인 홍보 효과를, 누구는 초라한 홍보 효과를 얻었다. 

 

심지어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 바보' 휴 잭맨을 진짜 한국을 모르는 '바보(?)'로 만들기도 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 소식이 흔해진 요즘, 영화 홍보를 맡고 있는 마케팅 담당자라면 이 세 스타들의 각기 다른 '행보'가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