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록음악의 대중화 이끈 ‘마왕’ 신해철

‘마왕’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났다. 27일 저녁 세상을 떠난 신해철(46)은 1990년대 록음악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였다.

ⓒ 연합뉴스

 

27일 저녁 세상을 떠난 신해철(46)은 1990년대 록음악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다. 끊임없는 음악적 변신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사회성 짙은 가사로 의식 있는 뮤지션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신해철은 서강대 재학 시절이던 1988년 친구들과 함께 밴드 '무한궤도'를 결성해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무한궤도가 불러 대상을 받은 '그대에게'는 3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대학교 축제나 운동 경기의 단골 응원 레퍼토리로 활용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무한궤도 해체 이후인 1990년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그는 당시 빼어난 외모와 신선한 음악으로 젊은층의 큰 인기를 끌었다.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안녕' 등 히트곡을 쏟아내며 새로운 뮤지션의 등장을 알린 그는 이듬해 발표한 '마이셀프' 앨범부터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길을 걸었다.  

 

앨범에 수록된 '재즈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와 같은 노래를 통해 그는 당시 유행하던 대중가요와는 차별화한 음악 스타일을 뽐내며 자신만의 개성적인 음악 세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했다.

 

솔로 뮤지션으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신해철은 1992년 록밴드 '넥스트'를 결성했다. 이후 넥스트는 1997년 해체되기까지 1~4집을 발표하며 1990년대를 대표하는 록그룹으로 로큰롤 음악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밴드는 '도시인', '날아라 병아리',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먼훗날 언젠가', '해에게서 소년에게',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 등 숱한 명곡을 쏟아내며 록음악 팬층을 넓혔다.  

 

ⓒ 연합뉴스

 

하지만 1997년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다"며 밴드 해체를 선언한 그는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음악과 프로듀싱을 공부했다. 그는 유학을 전후해서는 '크롬', '모노크롬',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이름으로 팀 또는 개인 활동을 벌이며 전자 음악 사운드를 접목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는 다시 꾸린 넥스트와 솔로 뮤지션으로서 앨범을 꾸준히 발표했다. 이 시기는 이전과 같은 대중성은 유지하지 못했지만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힌 시기로 평가받는다.  

 

신해철은 음악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민감한 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 표명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MBC '100분 토론'에 여러 차례 출연해 간통제 폐지를 찬성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2002년 대선 당시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뮤지션과 라디오 디제이, 논객으로서 보여준 카리스마로 팬들은 그에게 '마왕'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성향과 발언의 과감성 때문에 그의 음악적 성취와 별개로 반감을 표명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또 1989년 대마초 흡연 사건에 연루되면서 구속됐던 것도 그의 오랜 '약점'으로 남았다.

 

지난 6월 신해철은 오랜 공백을 지나 솔로 6집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를 발표하며 가요계로 돌아왔다. 또 '넥스트유나이티드'를 꾸려 공연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음악 활동에 재시동을 걸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내 나이가 마흔여섯이다. 아직도 살 빼라는 요구를 받는다는 것이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쁘게 복귀를 발표했지만 끝내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신해철은 1994년 발표한 히트곡 '날아라 병아리'에서 병아리 '얄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라고 기원한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