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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사라진 뒤 단 한번도 '대문'을 닫아본 적이 없어요"

2000년 6월 15일 딸 김성주(당시 만 7세)양이 사라진 뒤 어머니 강현숙(53)씨는 단 한번도 대문과 현관문을 닫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김성주 아동 가족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지난 16년간 저는 단 한 번도 집의 '대문'과 '현관문'을 닫아본 적이 없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 아동전문기관이 인사이트에 소개한 장기실종자 김성주 아동은 2000년 6월 15일 오후 2시 30분쯤 학교를 나온 뒤로 사라져버렸다.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교촌리의 한 집에 살던 김성주 양은 쌍꺼풀과 눈 밑에 꿰맨 자국이 있었고 얼굴이 둥근 편이어서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는 했다.


성주 양은 집에서 가까운 '강진동초등학교'를 다녔는데 항상 오빠와 함께 등·하교를 했다. 그만큼 오빠를 잘 따랐다고 한다.


사라진 그날(6월 15일)에도 학교를 먼저 나선 성주 양은 늘 오빠를 기다리던 문방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주 양의 친구들은 "2시 30분쯤 언제나처럼 오빠를 기다리고 있는 성주를 보고 '내일 보자'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그때 그 아이들은 그 인사가 성주 양과 마지막 인사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이후로 성주 양은 아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김성주 아동 가족


주변 목격자들이 "누군가가 손잡고 고등학교 쪽으로 데려가는 것을 봤다", "오빠들과 시장으로 가는 것을 봤다"는 말도 있었다.


실종 사건의 90% 정도가 '아는 사람'의 소행인지라 비슷한 나잇대의 아는 사람을 일일이 조사해보고, 그 일대의 고등학교도 다 수소문했지만 소득은 전혀 없었다.


성주 양의 엄마 강현숙(53)씨는 일주일 동안 아무 소득이 없자 지역 경찰에 체계적인 수사를 요청했지만, "하고 있다"는 말만 들어 분통이 터졌다.


전라남도청을 통해 전남 경찰청에 직접 민원을 넣은 결과, 500명의 전·의경들이 투입됐다. 그런데 지역 경찰서의 형사과장은 "도청에까지 알려서 뭐하려고 그러느냐, 왜 이렇게 이곳을 시끄럽게 만드냐"며 오히려 성을 냈다.


그때 강현숙씨는 "실종사건에서는 경찰 도움을 받을 수 없구나, 이제 내가 찾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김성주 아동 가족


방송과 신문, 라디오 등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 가서 성주 양의 실종을 알렸다. "혹시나…혹시나…"라는 생각으로 15년을 방송했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강씨는 "농사로 번 돈은 다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랐다"면서 "그런데도 혹시 하는 기다림으로 뒤는 생각하지 않고 돈을 썼다. 자식만 찾으면 돈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다"라며 흐느꼈다.


이어 "남편은 말없이 술만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고, 성주의 언니 오빠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서 "내색은 못 하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문드러지겠느냐"며 슬픔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서도 강씨는 성주 양에 대한 애착이 더 강했다. 아마도 16년째 보지 못하고, 생사도 모르면서 마음 속에 큰 응어리가 졌기 때문일 것이다.


강씨는 "16년간 성주에게 명절 음식과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요"라면서 "성주가 밥은 잘 먹고 다닐지 너무 걱정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주는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더 기억력이 좋았으니, 우리 집의 전화번호와 지리를 다 기억할 거예요"라며 "변함없이 옛날 그곳에서 계속 살고 있고, 단 한 번도 대문과 현관문을 '닫은 적'이 없으니 하루빨리 성주가 집으로 왔으면 여한이 없겠네요"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기 실종 아동을 발견했을 경우 가까운 경찰서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 아동전문기관, 인사이트를에 제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