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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폭염 속에 일하는 택배기사나 경비원,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해 한 아파트 주민들이 '얼린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는 선행을 베풀고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에 위치한 럭키아파트 경비실 앞에는 지난달 말부터 '무료 생수 보급소'인 아이스박스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가져다 놓은 얼린 생수로 가득 차있다.
그 위에는 "지배원님, 환경미화원님, 택배기사님, 경비원님. 시원한 생수 드시고 힘내세요!"라고 적혀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한 미소를 짓게 한다.
아파트 주민 이재형(56)씨는 매년 여름마다 경비실에 직접 얼린 생수를 기부해오다가 기록적인 폭염을 맞이한 올 여름 '무료 생수 보급소'인 아이스박스를 설치했다.
이날 이씨는 집에서 미리 얼려 놓은 500ℓ 생수 30병을 가져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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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폭염에 배달 업무를 하느라 고생하는 분들이 시원한 물 한 잔 마실 여유 없이 바쁘게 일하는게 안타깝다"며 '무료 생수 보급소'를 설치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더위가 물러갈 때까지 얼린 생수를 계속 보급하겠다"며 "사소한 나눔이 여러 곳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이러한 사연이 퍼지면서 여러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이 쏟아졌다. 동네 신협과 병원 등에서 생수를 사라며 후원금을 10만원씩 보태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근처 한 돼지국밥 집은 식당 앞에 전용 냉장고를 두고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을 위해 무료로 생수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해놨다.
이처럼 한 주민의 작은 선행이 온 동네로 퍼지면서 폭염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