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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왕 조승우, 연쇄살인마 '스위니 토드'로 돌아왔다

'스위니 토드'의 조승우가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마 연기로 관객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오디컴퍼니


[인사이트] 김지영 기자 = '뮤지컬 제왕' 조승우가 소름 끼치는 연쇄 살인마로 돌아왔다.


독보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 조승우가 최근 개막한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서 광기 넘치는 이발사 연기를 선보여 극찬을 받고 있다.


데뷔 이후 스크린과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늘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던 조승우는 '스위니 토드'에서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조승우는 눈가에 온통 검은 메이크업을 하고 등장해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을 죽인다.


죄책감 하나 없는 그의 소름 끼치는 연기는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공연장이 서늘하게 만들 만큼 섬뜩했다.


뮤지컬의 '제왕'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노래 실력도 대단했다. 성악을 전공한 다른 배우들에 비해 웅장함은 덜했지만 고음부터 저음까지 안정적인 발성을 선보였다.


뮤지컬 계에선 이미 '아이돌'로 통하는 조승우에게 여성 관객들은 공연 내내 열렬한 환호를 보냈고 조승우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오디컴퍼니


9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발사 스위니 토드의 복수극을 그린다.


스위니 토드는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후 아내를 빼앗은 터핀 판사의 목에 이발사용 칼을 꽂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하지만 이름 없는 이발사가 명망 높은 판사를 만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복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스위니 토드는 치밀한 계획이 자꾸 어긋나자 점점 광기에 휩싸인다.


스위니 토드는 터핀 판사를 죽일 날만 기다리며 이발을 하러 온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더욱 소름 끼치는 장면은 광기에 휩싸인 살인만은 아니었다. 


스위니 토드가 죽인 사람의 시체를 바라보던 러빗 부인은 '인육 파이'라는 기괴한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시작한다.


'스위니 토드'의 또 다른 주역, 러빗 부인을 맡은 옥주현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오디컴퍼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붉은 빛으로 치장한 옥주현은 중년 여성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뿐만 아니라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답게 노래 실력도 흠 잡을 곳이 없다.


섬세한 감정 연기부터 시원한 노래 실력까지 겸비한 옥주현은 전문 뮤지컬 배우다운 포스를 제대로 뽐내며 무대를 장악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스위니 토드' 또 다른 백미는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작곡가 스티브 손드하임의 음악이다.


'스위니 토드'의 음악을 작곡한 손드하임은 창의적이고 독특한 음악으로 관객의 귓가를 적신다.


특히 공연의 막이 오르고 음산한 분장을 한 배우들이 3층으로 된 무대에 올라 부르는 '더 발라드 스위니 토드(The Ballad of Sweeney Todd)'가 가장 인상적이다.


앙상블과 조승우가 함께 부르는 해당 넘버는 공연장 곳곳에 음산한 기운을 전하며 관객을 공연에 끌어들인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오디컴퍼니


스위니 토드 조승우와 러빗 부인 옥주현이 사람을 죽여 그 시체로 파이를 만들 계획을 세운 뒤 부르는 '어 리틀 프리스트(A Little Priest)'도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곡이다.


이 노래에서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은 파이의 재료로 쓰일 사람들의 시체를 직업으로 분류해 그 맛을 표현한다.


특히 '도둑놈과 사기꾼을 섞은 정치인', '주둥이만 산 변호사', '꽉 막힌 공무원' 등 마치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은 듯한 가사가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손드하임의 음악은 '스위니 토드'에 담긴 공포와 사랑 등의 감정을 잘 표현하며 뮤지컬을 더욱 맛깔스럽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부터 음악까지 완벽한 '스위니 토드'였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바로 무대였다.


흰 벽면에 3층으로 철골 구조물이 전부인 무대는 어쩐지 휑해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살려주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의자, 인육을 가는 기계 등 소품들도 뮤지컬의 규모치고는 작아 소극장 공연을 연상시켰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스위니 토드'는 올여름 가장 핫한 뮤지컬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배우, 음악, 스토리가 마치 '잘 구워진 파이' 처럼 훌륭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맛있는 파이는 또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두 번 세 번 다시 보고 싶은 '스위니 토드'는 오는 10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들을 기다린다.


김지영 기자 ji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