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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 급여 뺏는 대한민국 정부...아흔살 노병의 눈물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이 국가유공자임에도 생계에 허덕이며 '예우'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인사이트SBS '뉴스토리'


[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이 국가유공자임에도 생계에 허덕이며 '예우'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에서는 6.25 전쟁에 참전한 용사 17만명이 생존해 있지만 여전히 전쟁의 고통만큼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노병들의 근황을 전했다.


올해 구순이된 참전용사 서정열 할아버지는 전쟁중 세상을 떠난 전우들을 만나기 위해 1년에 2번 씩 자택인 인천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먼 길을 이동한다.


6.25 전쟁 당시 연락병이던 전우는 가슴에 총을 맞고 피를 쏟아낸 채 서정열 할아버지 품에서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는 "그날의 상황이 또렷이 기억난다"며 "전우를 어떻게 잊을 수 있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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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뉴스토리'


처참했던 전쟁의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서정열 할아버지는 타인의 이름으로 군에 기록됐던 탓에 참전 64년 만인 지난 2014년에서야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어렵게 국가유공자가 된 서정열 할아버지의 기쁨도 잠시, 그동안 받아오던 최저생계비를 박탈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 '국가유공자 급여' 51만5천원을 받기 때문에 생계급여 기준을 넘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당 구청 직원은 생계급여인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은 월 47만1,201원인데 서정열 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가 된 뒤 생계급여보다 4만3,799원을 더 받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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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뉴스토리'


또한 서정열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서 매월 받던 기초연금 20만원도 함께 중지됐다. 이 역시 생계 소득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종수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를 지켜준 사회적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참전수당을 주는 것이다"며 "단순히 '중복급여'라고 해서 하나를 삭감시키는 건 타당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원책 정치평론가는 "앞으로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에게 '너희들이 공동체를 대신해서 희생해다오' 전쟁이 벌어졌을 때 누가 그러겠나? 아무도 보훈하지 않는데..."라며 잘못된 국가 정책을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서정열 할아버지에게는 또하나의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 사건이 있다.


인사이트SBS '뉴스토리'


어느날 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증으로 버스를 타기 위해 '국가유공자증'을 버스기사에게 내밀자 버스 기사는 '안 돼! 안돼!'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전했다.


버스기사는 이어 '우리는 국가유공자 그런 거 모른다. 사장이 그런 거(국가 유공자 복지카드) 받지 말라고 그랬다'고 말했다며 할아버지는 서운함과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서정열 할아버지는 "그런 소리를 들을 적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니 내가 천치 바보로구나, 정말 참 슬프더라고요"라며 "국민들도 이렇게 몰라주는데 우리가 바보다. 정말 억울하더라고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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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뉴스토리'


열흘 뒤면 6.25전쟁 발발 66주년으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하게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6.25의 주인공인 참전 용사들은 사회 울타리 끝에서 하루하루 간신히 삶을 이어가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조차 너무나 차갑고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참전용사들이 바라는 것은 금전적인 부유와 6.25 행사같은 대단한 관심이 아닐 것이다. 그저 총밭에서 국가를 지킨 이들 노고에 대한 '인정'과 '예우' 같은 최소한의 태도에 이들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