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한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마' 김선자의 악행


연쇄독살사건 용의자로 검거된 김선자 / 연합뉴스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안산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의 범행과정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마로 알려진 '김선자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살인여마'라고 불렸던 김선자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6년부터 3년간 음료수에 독극물을 넣어 친아버지와 동생, 이웃 등 총 5명을 독살한 희대의 여성 살인범이다.

 

1986년 10월 31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목욕탕에서 나오던 40대 여성이 가슴을 부여잡고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여성은 심한 경련이 일더니 곧바로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급히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신당동 목욕탕 독살사건'은 비극의 시작에 불과했다. 1987년 4월 4일과 1988년 7월 8일 버스를 타고 있던 여성이 각각 경련을 일으킨 채 숨졌다.

 

사망원인은 '독극물 중독사'였고, 죽은 여성의 주변을 조사하던 경찰은 김선자를 석연치 않게 여겼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그녀를 잡아넣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버스에서 숨진 한 여성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바로 먼 친척 올케뻘인 김선자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경찰은 김선자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선자의 엽기적인 실체는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88년 3월 27일 친척의 회갑잔치에 다녀오던 아버지와 한 달 뒤인 4월 29일 자신의 동생을 똑같은 방식으로 숨지게 한 것이다.

 

1988년 검거된 김선자의 당시 나이는 49세로 우리나라에 서양 법과학이 도입된 이후 최초로 검거된 '여성 연쇄살인범'였다.

 

범행 이후 그녀는 너무나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지속하면서 다음 범행을 계획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김원배 경찰청 범죄수사 연구관은 "당시 88올림픽 등 이슈 때문에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유영철 사건과 함께 희대 살인사건으로 꼽힐 만큼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한편 친아버지와 동생, 이웃을 잔인하게 살인한 김선자는 검거된지 9년 만인 1997년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