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토박이들 "용주골 성매매 업주 생계 챙긴다고 세금 2억 낭비하나"
파주 연풍리 용주골 출신 주민들이 파주시가 추진 중인 성매매집결지 전환 공론화 사업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불법 성매매 업소 업주들의 생계 대책 논의와 2억여 원의 예산 낭비 논란이 핵심이다.
6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파주시가 최근 연 '성매매집결지 생활·공간 전환 시민공론장'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의 글이 올라와 이목이 집중됐다.
파주읍 연풍리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밝힌 이 주민은 "어릴 때부터 등굣길에서 용주골 붉은 불빛을 봐왔고, 자녀만큼은 그런 모습을 보지 않게 하려고 운정으로 이주했다"며 "이제 와서 불법 영업을 해온 업주들 생계까지 시민 세금으로 책임진다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배드림
파주시는 용주골 폐쇄 이후 부지 활용 방안과 지역 경제 활성화, 공간 재편 방향을 시민과 함께 결정하기 위해 100여 명 규모의 시민참여단을 꾸리고 권역별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불법 업주 생계 대책에 주민들 "처벌이 먼저 아닌가"
설명회 현장에서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해온 업주와 관련자들의 생계 전환 방안이 논의 주제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참석자들은 "불법 행위로 돈을 벌었다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으로 엄중하게 처벌하고 범죄 수익을 몰수하는 게 우선"이라며 "영업 금지로 생계가 막혔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나서서 지원책까지 마련해주는 건 불법에 대한 면죄부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파주시는 불법 영업에 대한 직접 보상이나 합법화는 논의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탈성매매 자립 지원 조례와 연계되면서 실질적으로는 불법 행위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민들과 시 사이의 간극은 여전하다.
2억 원 용역비 투입에 "실효성 없는 외부 자문 낭비"
시민들의 불만을 키운 또 다른 원인은 공론화 과정에 투입된 예산 규모다. 파주시는 공론장 운영과 관련 연구용역 비용으로 약 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주민들은 용주골 폐쇄를 위해 오랜 시간 싸워온 지역 활동가와 주민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외부 전문가 자문료와 운영 수당 등에 막대한 세금이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특히 설명회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된 '전주 선미촌' 모델이 도마에 올랐다. 한 참석자가 "선미촌이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느냐, 사유지 중심인 용주골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 아니냐"고 따지자 공감하는 듯한 답변이 나오면서 현장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앞서 언급한 주민은 "2억 원이면 파주 소방관들에게 방화복이나 안전 장비를 보급하고 식사라도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돈"이라며 "실효성 없는 외부 컨설팅에 혈세를 쓸 게 아니라 시민 안전과 직결된 곳에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등포·대구는 강경 몰수, 파주는 공론화… 대조적 행보
지역 사회에서는 서울 영등포나 대구 자갈마당 등 다른 지자체의 성매매집결지 정비 방식과 파주시의 접근법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지자체들은 성매매 알선에 이용된 건물과 토지에 범죄수익 몰수 보전 조치를 적용하거나 강력한 행정대집행으로 물리적·법적 조치를 우선한 반면 파주시는 뚜렷한 법적 조치에 앞서 공론화라는 명목으로 수억 원을 쓰며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수십 년간 성매매 집결지로 인해 상처받아온 파주 시민들은 이제 실질적인 변화를 원한다. 형식적인 공론장과 세금 낭비 논란을 넘어, 파주시가 진정 누구를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