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난 성인 자녀를 위해 매달 수백만 원을 들여 현지에서 빨래와 청소를 대신해 줄 '대리 엄마'를 고용하는 이른바 원격 헬리콥터 부모가 미국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매체 뉴욕포스트는 대학가 주변을 중심으로 성인 자녀의 기숙사 청소, 빨래, 식사 챙기기, 감기약 배달 등을 전담하는 '엄마 대여(Rent-A-Mom)' 대행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녀 주변을 맴돌며 사소한 일까지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가 물리적 거리를 넘어 외주 서비스 형태로 진화한 모양새다.
앨라배마대학교 인근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 운전기사로 일하던 캐리 에크하트는 과도한 학업과 사교 활동에 치여 일상생활을 버거워하는 신입생들을 목격한 뒤 올해 1월 '바마 마마(Bama Mama)'라는 대행 업체를 차렸다.

에크하트는 학기당 1,295달러(약 179만 원)의 기본 패키지부터 2,495달러(약 345만 원)에 달하는 고급 패키지까지 운영한다.
기본형에는 세탁 대행과 월 1회 안부 확인, 간식이 포함된 기말고사 응원 상자가 포함되며, 최고가 상품에는 기숙사 방 청소와 이불 세탁, 세탁소 배달 서비스가 추가된다. 마사지 예약이나 아플 때 집에서 끓인 닭고기 수프를 배달해 주는 맞춤형 서비스도 별도 비용을 받고 제공한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교 인근에서도 민디 호위츠가 설립한 대학생 전용 컨시어지 서비스 '민디 노우즈(Mindy Knows)'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위스콘신대 매디슨 등 8개 캠퍼스로 지사를 확장했다. 월 49달러(약 6만 8,000원) 혹은 연간 450달러(약 62만 원)를 내면 현지 병원이나 정비소를 연결해주고 긴급 택배 수령, 처방약 배달 등을 돕는다.
이러한 서비스의 확산 배경에는 미국 신입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와 부모 세대의 과잉보호가 맞물려 있다.
미국 최대 의료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의 69%가 지난 1년간 정신적·행동적 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응답해 비대학생 또래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타지에서 처음 독립을 경험하는 청년층의 적응 실패를 막기 위해 부모들이 거액을 들여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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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학생 전용 컨시어지 서비스(CSS)'는 연간 30명 한정으로 세탁, 장보기, 은행 업무는 물론 수강 신청과 과외 연결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탬파대학교 인근 '데이지 버그 딜리버리' 역시 기숙사 입주 지원과 차량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대 성인 자녀의 자립심을 훼손하고 'Z세대 감싸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에크하트는 뉴욕포스트에 "아이들이 집안일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맞벌이 부부가 가사 도우미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반박했다. 호위츠 역시 "자립이 반드시 고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청년들이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지역 내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