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김주혁 씨의 비극적인 사망 사고를 두고 직접 사인은 명확히 규명됐으나 차량 통제력을 잃은 근본 배경은 여전히 법의학적 난제로 남아 있다는 전문 법의학자의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최근 자체 유튜브 채널 '유성호의 데맨톡'에서 김 씨의 사망 경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차량 정밀 감식 내역을 종합적으로 재조명했다.
유 교수는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성 두부 손상으로 명백하지만, 왜 그 순간 차량 통제력을 상실했는가 하는 사고 원인은 법의학적으로 여전히 확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故 김주혁 / 뉴스1
사고는 2017년 10월 30일 오후 4시 5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일어났다.
김 씨의 벤츠 SUV 차량은 3차로를 달리던 그랜저 차량과 1차 접촉 사고를 냈다. 두 차량은 약 10초간 나란히 서행했으나, 김 씨 차량이 갑작스럽게 속도를 높이며 그랜저를 재차 들이받은 뒤 도로 옆 아파트 벽면과 충돌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며 전복됐다.
당시 상대 차량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1차 충돌 직후 김주혁 씨가 가슴을 운전대에 기댄 채 양손으로 핸들을 감싸 쥐고 몹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등 운전자의 급성 내과적 질환 발병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국과수 정밀 부검 결과 차량 전복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머리 손상(두부 손상)이 직접적인 사인으로 판정됐다.
현미경 조직 검사에서도 관상동맥 손상, 심근경색, 뇌출혈 등 신체 이상을 뒷받침할 만한 기질적 병변은 발견되지 않았다. 알코올이나 특이 약물 반응 역시 음성이었으며, 미량 검출된 항히스타민제는 치료 용량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사고 원인과 무관한 잔여 성분으로 결론 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 교수는 사후 조직 검사로 확인할 수 없는 심장 부정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 교수는 "부정맥은 전도계의 전기적·기능적 이상 진단이기 때문에 사후 조직 검사로 흔적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부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사고 직전 부정맥이 절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상대 운전자의 목격 진술이 사실이라면 검사상 드러나지 않는 급성 부정맥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의식이나 통제력을 잃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차량 결함 가능성 역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과수 감식 결과 급발진이나 제동 장치 결함을 뒷받침할 기계적 오작동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고, 주변 블랙박스에서도 돌진 당시 후미 제동등이 켜지지 않은 점이 포착됐다.
다만 차체 파손이 심해 당시 주행 상태를 완전하게 재현 검증하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따랐다. 유 교수는 "목격자 진술이 사실이라면, 부검으로 사후 확인이 불가능한 급성 심장 부정맥 등이 발생해 일시적으로 차량을 통제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개인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며 법의학적 판단의 엄밀성과 한계를 함께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