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수)

"설마 끊으려고?" 중국 조사선 4척, 대만 해저케이블 주변서 '비정상적 움직임'

중국 해양조사선들이 대만과 해외를 잇는 핵심 해저케이블 부근에서 감속과 정지를 거듭하는 등 비정상적인 항적을 남긴 사실이 포착됐다. 군사적 충돌 등 유사시 대만의 외부 통신망을 마비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대만 기반 지리정보 분석업체 인제니스페이스(ingeniSPACE)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 중국 자연자원부 산하 '샹양훙 22호'와 대학 소속 '퉁지호'·'자겅호', 선박명 'MUSHANZI' 등 중국 선박 4척이 지난 5월부터 대만 인근 해역에서 불규칙한 방향 전환과 정지 기동을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선박이 멈추거나 속도를 크게 낮춘 지점은 대만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주요 해저케이블 매설 경로와 정확히 일치했다.


대만 정보 당국 역시 민간 분석 결과와 자체 파악 내용이 부합한다고 인정하며, 중국 조사선들이 케이블 정보 수집 작업을 벌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지난 5월 7일 대만 주변 해역에서 중국 해양조사선 '퉁지호'의 조사 장비 관련 작업을 포착한 대만 해순서의 감시 영상. (대만 해순서 홈페이지 캡처) 지난 5월 7일 대만 주변 해역에서 중국 해양조사선 '퉁지호'의 조사 장비 관련 작업을 포착한 대만 해순서의 감시 영상. (대만 해순서 홈페이지 캡처)


일본 학계 전문가들은 단순한 항로 이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쓰치야 모토히로 게이오대 교수는 "케이블 위치뿐만 아니라 해저 지형과 수심, 해류까지 면밀히 살폈을 것"이라며 파괴 공작을 염두에 둔 정찰 가능성을 제기했다. 마스오 지사코 규슈대 교수도 양안 간 군사적 긴장 상황이나 미중 충돌에 대비한 사전 준비 차원이라고 진단했다.


대만 주변 해역에서는 실제 중국 관련 선박에 의한 통신망 단절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해 1월 대만 북부 해역에서 국제 해저케이블이 끊겼을 당시 선원 전원이 중국인인 카메룬 선적 화물선 '순싱39호'가 용의 선박으로 지목됐다.


같은 해 2월에는 대만 본섬과 펑후제도를 잇는 해저케이블을 절단한 토고 선적 '훙타이58호'의 중국인 선장이 통신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만 법원은 해당 선장이 케이블 위치를 인지하고도 닻을 내린 채 운항해 고의로 선로를 파괴했다고 판결했다.


중국 당국은 당시 사건을 두고 "흔한 해상 사고일 뿐"이라며 정치적 공세라고 반박한 바 있다. 현행 유엔해양법협약 제113조는 공해상의 해저케이블을 고의나 과실로 훼손해 통신을 방해하는 행위를 형사 처벌하도록 각국에 법령 마련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도 준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