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수)

코로나 백신 맞으면 암 걸린다?…3600만명 분석했더니 '뜻밖의 결과'

국내 3천600만명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이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백신 접종 후 암 진단 위험 증가'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연구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달 29일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관련 논문 두 편을 소개하며 현재 과학적 근거로는 백신이 암 위험을 높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코로나19 예방접종 기록을 연계해 1955~2004년생 3천602만4천394명의 암 발생 데이터를 분석했다.


국내 1차 접종률이 50%를 돌파한 2021년 8월을 기준점으로 설정하고, 이후 50개월간 13개 암 종류의 발생 양상을 추적한 것이다. 분석 결과 백신 접종 이전 10여년간의 암 발생 추세와 비교했을 때 모든 암에서 발생 수준이나 증가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일부 암에서 발생 건수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가 다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이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진단 증가로 해석했다. 또한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한 별도 논문에서는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과 mRNA 백신 사이 암 발병률 차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번 연구는 지난해 9월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팀이 바이오마커 리서치에 발표한 '백신 접종자의 1년 이내 암 진단 위험 증가' 연구에서 출발했다.


당시 연구는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특성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고, 암의 긴 잠복기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과학적 한계가 학계에서 지적됐다. 하지만 언론 보도 과정에서 일부 내용만 전달되면서 사회적 오해가 확산됐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관찰연구의 한계는 동일하지만, 1년 전 연구에서 제시한 관련성은 부인할 수 있다며 암은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선행 연구의 차이는 연구 설계 오류나 관찰 과정의 편견이 작용한 결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근거로 위험 증가를 결론 내릴 수 없다는 것이지, 장기 감시는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 관련 논란이 확산되면서 의료 현장에서 접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엄 교수는 고령층과 면역저하 환자들이 접종을 거부하거나 불안해하며 설득이 매우 어려웠다며, 자연스럽게 접종률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접종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유용하고, 백신으로 암이 증가한다는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백신과 암 발병 관련 우려가 간헐적으로 제기되지만, 정 교수는 대부분 고령화로 인한 암 발생 증가를 고려하지 않는 역학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음성 결과'에 대한 보고로, 과학계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잘 이뤄지지 않는데 같은 학술지에서 발표해준 것도 우려 해소 차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종양 질환이 증가했다는 체계적 보고를 찾기 어렵다며, 오히려 일부 고형암이나 혈액암은 mRNA 백신이 면역계에 긍정적 영향을 줘 감소 경향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종양은 세포 내 핵과 DNA 구조 변화가 있어야 발생하는데 mRNA 백신은 세포핵으로 들어가지 않고 세포질에서 작동한 뒤 수일 내 분해되므로, 기전상 논리적으로 암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팀의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오마커 리서치'에 게재됐다.


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