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과 중국보다 평균 키가 컸던 일본 청소년들이 약 30년 만에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 청소년들의 평균 신장이 빠르게 증가한 반면,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최근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국제 연구 자료와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일본인의 평균 신장이 정체된 원인을 집중 조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국제 연구 네트워크 NCD-RisC가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985년 일본 19세 남성의 평균 신장은 170.4cm로 한국(168.7cm)과 중국(167.6cm)을 앞섰다. 그러나 34년이 지난 2019년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일본 19세 남성의 평균 신장은 172.1cm로 한국(175.5cm)보다 3.4cm, 중국(175.7cm)보다 3.6cm 작았다. 여성 역시 일본은 158.5cm에 그쳐 한국(163.2cm), 중국(163.5cm)과 각각 4.7cm, 5cm의 격차를 보였다. 1985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19세 남성의 평균 신장이 약 8cm, 한국은 약 6.8cm 증가하는 동안 일본은 약 1.7cm 커지는 데 그친 것이다.
닛케이는 이러한 차이가 단순히 유전적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며 영양 상태와 임신 중 체중 관리, 수면 습관 등 후천적 환경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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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지나친 체중 관리... 저체중 신생아 비율 높아
첫 번째로 지목된 원인은 일본의 엄격했던 임산부 체중 관리 기준이다. 일본 의료계는 1997년부터 2019년까지 임신성 고혈압과 난산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임신 중 체중 증가를 비교적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당시 제시된 체중 증가 권장 범위는 7~10kg 수준이었다. 이후 기준이 완화되면서 현재는 정상 체중 임산부를 기준으로 10~13kg의 체중 증가를 권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정상 체중 임산부 권장 범위인 11.5~16kg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일본 사회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작게 낳아 크게 키운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부 임산부가 출산 전 체중 증가를 지나치게 경계하면서 태아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의 저체중 신생아 비율은 약 9~10%로,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출생 체중이 낮은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도 신체 발달에 불리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닛케이는 이러한 출생 환경이 장기적으로 일본 청소년의 평균 신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국·중국보다 적게 먹는다... 부족한 영양 섭취도 원인
두 번째 원인으로는 일본인의 식습관과 영양 섭취 문제가 꼽혔다. 중국과 한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육류, 계란, 유제품 등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영양 상태가 개선됐다. 반면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1인당 하루 평균 에너지 섭취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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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에서는 일본의 하루 평균 에너지 섭취 수준이 한국과 중국보다 약 760~800kcal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밥 약 세 공기에 해당하는 열량이다.
단순히 식사량이 적다는 점뿐 아니라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과 각종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로 거론됐다. 특히 식사의 간편화와 소식하는 문화 등이 영양 섭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국가별 열량 통계는 조사 방식과 집계 기준에 차이가 있어, 이를 개인의 실제 섭취량이나 영양 부족으로 곧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성장기 아동과 청소년에게 충분하고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일본의 식생활 변화는 주목할 만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어릴 때부터 잠 부족한 일본 아이들... 수면 시간도 영향?
세 번째로 지목된 요인은 수면 부족이다. 수면은 성장기 아동의 신체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 단계에서 활발하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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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0~3세 아동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일본이 11.62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11.90시간), 중국(12.49시간)보다 짧은 수준이다.
일본 영유아의 수면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서 어린 시절의 수면 환경이 성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수면 시간 차이가 실제 성인 평균 신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닛케이 역시 영양 섭취와 임산부 체중 관리, 수면 부족 등이 일본인의 평균 신장 정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특정 원인 하나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러 환경적 요인이 오랜 기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키 큰 나라는 네덜란드... 한국·중국은 빠르게 성장
세계 각국의 평균 신장을 비교하면 국가별 격차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NCD-RisC의 2019년 19세 청소년 신장 추정치에 따르면, 평균 키가 가장 큰 국가들은 주로 유럽에 집중됐다. 네덜란드는 남성 183.8cm, 여성 170.4cm로 세계 최상위권에 올랐다. 몬테네그로, 에스토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도 평균 신장이 큰 국가로 꼽혔다.
동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중국은 1985년부터 2019년까지 19세 남성의 평균 신장이 약 8cm 증가하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 역시 같은 기간 약 6.8cm 증가해 빠른 신체 발달을 보인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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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은 경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신장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한국과 중국에 추월당했다.
이처럼 불과 30여 년 사이 동아시아 3국의 평균 신장 순위가 뒤바뀐 현상은 유전적 특성뿐 아니라 영양과 건강, 생활환경 등이 신체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일본의 성장 정체를 특정 식습관이나 임신·육아 문화의 결과로 단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