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6일(금)

"관종 상어? 아니다..." 생태학자가 짚은 '부캉이'가 수로에 머무는 까닭

부산 북항 수로를 떠나지 않는 흑상어 '부캉이'를 단순히 구경거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4일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올린 영상을 통해 "왜 부캉이가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기후변화 관점에서의 접근을 제안했다.


그는 수온 상승과 먹잇감의 이동을 상어 출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수온이 변하면 물고기 떼가 이동하고, 상어는 먹이를 따라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흑상어는 보통 18~26도 수온의 바다를 선호하며 수온 변화에 따라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사이트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


한국 연안 바다의 수온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6년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968~2025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60도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상승 폭인 0.76도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한국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17.17도를 기록해 관측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최 교수는 부캉이가 수로에 머무는 이유를 수온과 먹이 조건에서 찾았다. 또한 부캉이가 수로 가장자리를 헤엄친다는 이유로 '관종 상어'라고 부르는 시각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람 가까이 오는 행동을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 해석하면 상어의 진짜 움직임 이유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캉이의 체류 이유로 거론되는 출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는 흑상어가 몸길이 70㎝~1m의 새끼를 낳으며 같은 종끼리 잡아먹는 습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부캉이가 이미 출산했다면 새끼가 어미를 피해 수로에 숨어 있거나 바다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사이트뉴스1


최 교수는 부캉이를 인위적으로 내보내는 문제를 다루면서 지난 2013년 7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서울대공원에 있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낼 때 시설에서 보호받는 동물을 왜 험한 바다로 보내느냐는 비판과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민법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만 과도한 보호 책임을 요구하는 모순된 태도를 비판했다.


현행 민법은 야생동물을 주인 없는 물건인 '무주물'로 분류하고 있다. 최 교수는 부캉이를 자연의 일원이자 생명체로 존중한다면 다시 수로로 돌아오는 행동까지 관찰하면서 개입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환경이 변하면 부캉이가 스스로 길을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같은 장소를 반복적으로 맴도는 행동과 몸·정신 상태 악화를 우려했고, 수온이 급격히 낮아질 때 출구를 찾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사이트뉴스1


그는 부산시가 부캉이를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한 일을 거론하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일시적으로만 관심을 보이는 태도를 경계했다.


앞으로 수로에 흑상어가 여러 마리 나타나면 그때는 신기함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관람객들에게 조용히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며 "가서 구경하시더라도 조금은 조용하게 그 아이가 자기 삶을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캉이는 지난달 18일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처음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달 6일 부캉이를 몸길이 약 3m의 암컷 흑상어로 확인했다.


흑상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위기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부캉이를 보러 온 누적 방문객은 이달 초 80만 명을 넘어섰다. 부산시는 지난달 29일 부캉이를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으며, 같은 날과 이달 2일 두 차례 바다로 내보내려 했지만 모두 실패해 방법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