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친일파의 작품을 독립운동가의 유묵으로 잘못 소개해 전시했다가 철거한 논란 작품이 유홍준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논란이 된 유묵의 소장자는 유 관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물관은 "관장의 추천을 받아 작품을 차용했으며, 내부 절차에 따라 전시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일반시국은' 유묵 / 국립중앙박물관
논란의 중심이 된 작품은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이라는 문구가 담긴 유묵이다.
박물관은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에서 이 작품을 독립운동가 박원근(1912∼1950) 애국지사의 글씨로 소개했다. 하지만 유족이 진위 여부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전시장에서 작품이 철거됐고, 재검증 결과 실제 작성자는 친일파 박중양(1874∼1959)으로 드러났다. 박중양은 과거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인물이다.
박물관 측은 작품에 기재된 '한인(韓人) 박원근'이라는 서명과 소장자가 전달한 정보를 토대로 독립운동가의 작품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원근이라는 이름으로는 친일반민족행위자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검색되지 않았다는 것이 박물관의 해명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 뉴스1
전시 준비 과정에서 전문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됐다. 박물관은 내부 검토를 진행했으나, 필체 분석과 인물 이력에 대한 분야별 전문가의 교차 검증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 관장은 지난달 10일 "유물의 정확한 의미를 읽지 못한 것은 박물관의 역량 부족이자 실수"라며 공식 사과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시품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근현대사 분야 전문가의 참여를 늘리고 전문가 자문 절차를 체계화해, 전시 전 단계에서 작품의 진위와 관련 이력을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