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중앙아시아가 고향인 외래 바퀴벌레가 부산 감만항에 터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종은 번식력이 뛰어난 데다 항만 밖에서도 모습을 드러내 전국적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부산대 생명시스템연구소와 경상국립대 식물의학과 공동 연구진은 최근 감만항에서 '레드 러너'라 불리는 투르키스탄 바퀴가 국내에 정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다섯 차례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성충과 약충, 알집을 모두 발견했다. 연구진은 성장 단계별 개체가 한곳에서 모두 채집된 점을 들어 투르키스탄 바퀴가 단순 유입을 넘어 국내에서 번식하며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투르키스탄 바퀴는 몸길이 약 3㎝의 검붉은색 바퀴벌레다. 성충까지 약 220일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고, 암컷 한 마리가 약충 350마리를 낳는 강력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파충류나 절지류의 먹이용으로 반입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따뜻한 겨울 기후가 이들의 정착을 도왔다는 분석이다. 부산의 평년(1991∼2020년) 겨울 평균기온은 3.6∼5.8도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연구진은 특히 감만항 일대가 기온 변화 폭이 적어 추위에 약한 외래종이 겨울을 나기 적합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서식 범위가 항만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감만항 외부의 공원에서도 투르키스탄 바퀴가 발견되면서 이미 주변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항만이 국내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투르키스탄 바퀴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 유럽 등에서도 유입된 도시 해충이다. 뛰어난 번식력으로 토착 바퀴벌레와 서식지 및 먹이를 놓고 경쟁하면서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감만항에서는 투르키스탄 바퀴가 발견된 하수구와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에서 토착종인 먹바퀴도 함께 관찰됐다.
연구진은 "투르키스탄 바퀴가 감만항 인근에 나타난 것은 항만 운송이 유입 경로이며 이미 국내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는 항만시설을 드나드는 선박과 화물 등을 검역하기 어렵다는 점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보다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야외환경에서 바퀴를 방제하려고 살충제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주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서식 현황 조사와 지속적 모니터링, 먹이원 제거, 미끼 방제 등을 병행하는 '통합적 해충관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