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수)

"더 빨리 못 막아 미안합니다"...인천 흉기난동 제압하고도 자책한 31세 '의자 영웅'

인천 남동구의 한 복합쇼핑몰 식당가에서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을 시민들이 직접 제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30대 남성이 의자를 들고 범인에게 맞섰고, 다른 시민들도 힘을 보태 추가 피해를 막아냈다.


지난 13일 오후 1시40분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 C&C 복합건물 2층 식당가에서 A씨(59)가 양손에 흉기를 들고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8명이 부상을 입었고, 그 중 2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가 응급수술을 받았다.


당시 식당가는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달아나면서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피하지 않고 의자를 무기 삼아 A씨를 가로막았다.


인천 구월동 상가 건물 식당가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 뉴스1인천 구월동 상가 건물 식당가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 뉴스1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나현준씨(31)는 여자친구와 함께 식사하러 왔다가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 나씨는 한 음식점 관계자가 혼자 의자로 A씨를 막고 있는 모습을 보고 즉시 뛰어들었다.


나씨는 "한 음식점 사장님이 혼자서 의자를 들고 범인을 막고 계셨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뒤로 도망가고 있었다"며 "여자친구가 걱정하며 말렸지만 도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의자를 들고 함께 뛰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나씨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말도 하지 않았다"며 "그냥 아무 감정 없이 사람들을 계속 찔러댔다"고 회상했다.


나씨와 음식점 관계자들은 의자로 A씨의 공격을 막아냈다. A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이동하자 시민들은 뒤를 쫓았고, 추가로 3~4명의 시민이 제압에 가세했다.


나씨는 "정신없어서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시민 3~4명이 함께 제압에 나섰다"며 "3층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의자로 몸을 누르고 팔을 붙잡아 흉기를 빼앗았다"고 설명했다.


13일 오후 인천 남동구 홈플러스 푸드코트에서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1명이 심정지 상태에 빠지는 등 마트 및 영화관 이용객 8명이 다쳤다 / 뉴스1뉴스1


범행 목격부터 A씨 제압까지는 약 10분이 걸렸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시민들은 이미 A씨를 제압하고 흉기를 빼앗은 뒤였다.


제압 과정에서 나씨도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그는 "흉기에 베이지는 않았지만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는 등 어디에서 상처를 입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상황이 정리된 지금에서야 긴장이 풀려 몸이 많이 떨리고 통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씨는 피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게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그래도 이만한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부상자 8명 가운데 6명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20대 여성은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0~50대 남녀 7명도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로부터 위협을 받아 옷이 찢어진 시민 1명도 피해자로 분류했다. 전체 피해자는 부상자 8명을 포함해 모두 9명이다.


인천 흉기난동 현장 조사하는 경찰 / 뉴스1뉴스1


사건이 발생한 C&C 복합건물에는 홈플러스 인천 구월점이 입점해 있다. 홈플러스는 입장문을 내고 "사건 발생 지점은 C&C 복합건물 2층 식당가이며, 당사 인천 구월점은 해당 건물 지하에 입점해 있어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A씨는 과거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전력이 있으며, 이번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에는 인천 계양구의 한 피부과 앞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1인 시위를 벌이다 적발돼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A씨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14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