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3일(화)

"일본 여행 앞두고 2000만원어치 샀습니다"... 100엔당 843원까지 내려간 엔화 근황

엔화 가치가 원화 대비 18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추락하면서 개인들의 엔화 투자는 늘어나는 반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이달 7일 기준 1조1545억 엔(약 9조73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 말(1조827억 엔)과 비교해 718억 엔(약 6055억 원) 증가한 규모다. 이른바 '엔테크'(엔화와 재테크의 합성어) 열풍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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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투자 증가 배경에는 원-엔 환율의 급락이 자리하고 있다. 12일 오후 3시 30분 하나은행 고시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43.29원으로, 2009년 3월 2일(1610.89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화 가치 상승이 엔저 현상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도체 수출로 유입된 외화와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자금이 국내로 공급되면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진 영향이다.


달러인덱스가 이달 1일 102를 돌파하는 등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오후 3시 반경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7원 내린 1335.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일본 정부의 통화 정책 전환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올려 31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엔화 가치는 여전히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환열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역사적 고금리를 유지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BOJ의 금리 인상 효과가 반감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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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다. 엔화 움직임을 추종하는 'TIGER 일본엔선물'의 올해 수익률은 -11.26%를 기록 중이다.


반면 엔화 대출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은행에 따르면 9월 말 엔화 대출 잔액은 802억 엔으로 전월 말 대비 약 10% 늘었다.


2024년 3월 말(805억 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다만 향후 엔화 가치가 반등할 경우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수출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산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져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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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등 일본과 수출 시장이 겹치는 업종이 특히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원화 강세와 엔저가 동반 진행되는 상황이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일본산 부품, 소재, 장비 등을 수입하는 기업에는 엔저가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다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과 맞물려 전반적인 수입 물가 하락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원-엔 환율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BOJ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시장에 이미 반영된 만큼 예상보다 강한 긴축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 엔화가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840원이 저점이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둔화하면 엔화 가치가 상승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