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몸무게 37kg 동생이 선배가 건낸 소주 10잔 먹고 죽었습니다"

사진제공 = 고(故) 금인경 씨 언니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몸무게가 37kg 밖에 되지 않던 동생이 대학 선배가 건낸 소주 10잔을 마시다 숨졌습니다"

 

6년 전인 2010년 4월 29일 충북 충주의 한 대학교 물리치료학과에 재수로 입학한 금인경(21) 씨는 선배들이 강요하는 술을 마신 뒤 자취하던 원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전날인 28일 선배들이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이유로 신입생을 과휴게실로 한자리에 불러모았고 그곳에는 1.8L짜리 소주 8병이 준비돼 있었다.

 

이날 금씨는 선배들의 이름을 모른다는 이유로 소주가 가득 담긴 큰 종이컵 3잔을 연거푸 마셔야 했다.

  


대학 내 과휴게실 모습 / 사진제공 = 고(故) 금인경 씨 언니 

 

당시 몸무게 37kg 밖에 되지 않은데다가 술 마실 줄을 몰랐던 금씨가 울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선배는 오히려 시끄럽다며 나가서 울으라고 윽박질렀다.

 

그렇게 금씨가 20분 동안 선배로부터 강제로 받아 마신 술은 종이컵 10잔으로 일반 소주의 3병 반 이상을 마신 셈이었다.

 

금씨는 화장실에서 심한 구토를 한 채 변기 옆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친구들이 금씨를 부축여 자취하는 원룸에 데려다 줬지만 결국 금씨는 싸늘해진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금씨 친언니는 24일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당시 동생에게 종이컵 소주 10잔은 소주가 아니라 독약이었다"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친구들도 손에 경련이 일어나 응급실에서 CT를 찍었다고 들었다"며 "또 다른 친구는 호흡 곤란을 겪을 정도로 선배들이 술을 마시게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 = 고(故) 금인경 씨 언니 

 

밀폐된 줄로만 알았던 대학 내 과휴게실은 로비 가운데 칸막이로만 구분되어 있었고, CCTV까지 설치된 개방된 곳이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당시 교수들이 퇴근한 뒤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책임없다며 발뺌했고,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난 언니는 다음 아고라에 사연을 올리기도 했다.

 

금씨 친언니는 "동생에게 술을 강요한 선배와 모임을 주도한 선배 2명은 집행유예처분 받았다"며 "다른 가해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꽃다운 스물 한살 나이에 한줌의 가루가 되어 버렸다"며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 잊혀졌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대학 내 문화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