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금)

경기 끝나고 자정 넘도록 라커룸 면담... 축구대표팀 96년생 3인방 은퇴설 논란

손흥민(LA FC)이 한국 남자 축구 A매치 통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경기 직후 1996년생 핵심 선수들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내비치며 축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6일 한국 축구대표팀은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를 치르며 2-0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과 오세훈(시미즈 에스펄스)의 연속골이 터진 이날 경기에서 주장 손흥민은 통산 59호 골을 넣으며 차범근 전 감독의 58골을 뛰어넘는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냈다.


인사이트손흥민 / 뉴스1


하지만 기쁨은 곧 혼란으로 바뀌었다. 경기가 끝난 뒤 황인범(포르투)이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보였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샬케 04) 등 96년생 동료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이 태극마크를 벗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표팀은 술렁였다.


8일 축구계 관계자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 선수는 경기 당일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용인 미르스타디움 라커룸에서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96년생 선수들은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 스타일과 팀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은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불거진 '사설 치료실 논란'을 시작으로, 2024 아시안컵 기간 손흥민과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사이의 물리적 충돌 사건, 최근 북중미 월드컵 당시 일부 취재진 발언을 둘러싼 인터뷰 보이콧 이견 등 주요 사안마다 내홍이 반복됐다. 96년생 라인은 그동안 92년생 주장단에 리더십 개선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황인범, 황희찬, 김민재 / 뉴스1(왼쪽부터) 황인범, 황희찬, 김민재 / 뉴스1


갈등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 있었다. 김민재는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 이후 "다 같이 싸우고 경합하고 수비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솔직히 수비 선수들이 불쌍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황인범도 우즈베키스탄전 후 믹스트존에서 은퇴설을 부인하면서도 "내려놓을 준비는 늘 하고 있다", "11월 발탁은 감독님의 몫"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손흥민 역시 "분위기가 무거웠던 건 사실"이라며 팀 내부의 균열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현영민 위원장이 밤새 설득에 나서면서 세 선수는 일단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귀국과 출국 과정에서 선수들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았다는 지적이다.


새 사령탑을 맡은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은 "어느 선수도 팀보다 위대할 수 없다"며 "개인의 목표를 팀 뒤에 둬야 발전할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파벌 갈등과 리더십 불신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축구대표팀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을 안고 불안한 여정을 계속해야 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