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LA FC)이 한국 남자 축구 A매치 통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경기 직후 1996년생 핵심 선수들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내비치며 축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6일 한국 축구대표팀은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를 치르며 2-0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과 오세훈(시미즈 에스펄스)의 연속골이 터진 이날 경기에서 주장 손흥민은 통산 59호 골을 넣으며 차범근 전 감독의 58골을 뛰어넘는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냈다.
손흥민 / 뉴스1
하지만 기쁨은 곧 혼란으로 바뀌었다. 경기가 끝난 뒤 황인범(포르투)이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보였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샬케 04) 등 96년생 동료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이 태극마크를 벗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표팀은 술렁였다.
8일 축구계 관계자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 선수는 경기 당일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용인 미르스타디움 라커룸에서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96년생 선수들은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 스타일과 팀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은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불거진 '사설 치료실 논란'을 시작으로, 2024 아시안컵 기간 손흥민과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사이의 물리적 충돌 사건, 최근 북중미 월드컵 당시 일부 취재진 발언을 둘러싼 인터뷰 보이콧 이견 등 주요 사안마다 내홍이 반복됐다. 96년생 라인은 그동안 92년생 주장단에 리더십 개선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황인범, 황희찬, 김민재 / 뉴스1
갈등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 있었다. 김민재는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 이후 "다 같이 싸우고 경합하고 수비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솔직히 수비 선수들이 불쌍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황인범도 우즈베키스탄전 후 믹스트존에서 은퇴설을 부인하면서도 "내려놓을 준비는 늘 하고 있다", "11월 발탁은 감독님의 몫"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손흥민 역시 "분위기가 무거웠던 건 사실"이라며 팀 내부의 균열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현영민 위원장이 밤새 설득에 나서면서 세 선수는 일단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귀국과 출국 과정에서 선수들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았다는 지적이다.
새 사령탑을 맡은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은 "어느 선수도 팀보다 위대할 수 없다"며 "개인의 목표를 팀 뒤에 둬야 발전할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파벌 갈등과 리더십 불신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축구대표팀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을 안고 불안한 여정을 계속해야 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