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비공개 합의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이번에는 한국의 대러시아 석유제품 공급을 공개적으로 정조준했다. 한국산 경유 등이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대거 공급돼 자국의 정유시설 공격 효과를 반감시켰다며 대러 제재 기조와 배치된다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보좌관은 지난 6일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대러시아 석유제품 공급 내역을 다룬 기사를 인용하며 "한국의 대러시아 제재 정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적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근거로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유조선 7척이 14차례에 걸쳐 울산과 여수 등 한국 항구에서 17만6000톤 이상의 석유제품을 선적해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운송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울산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경유를 운송한 러시아 국적 유조선 레일라. / 마린트래픽
공급된 제품의 대부분은 경유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현지 연료 부족이 심화하던 시점과 맞물렸다.
블라시우크 보좌관은 "한국의 공급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정제량이 줄고 연료 부족이 발생한 바로 그 시점에 시작됐다"며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러시아의 자체 정유 능력 상실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한국의 대러 정책을 항목별로 나열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대상 수출 통제 품목 확대와 북·러 군사 협력 연루 기관 제재는 긍정적 측면으로 꼽았지만, 석유제품 공급과 원유 가격 상한제 미참여, 러시아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 지속 구매 및 나프타 수입 재개 검토 등은 부정적 사례로 지적했다.
한국 외교부는 가디언에 "대외무역법에 따라 전략물자뿐 아니라 군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1402개 비전략 물자까지 포함해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했고, 이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전쟁 종식과 평화적 재건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앞서 북한군 포로의 송환 문제를 둘러싸고도 충돌을 빚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당국이 별도 입장을 내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 사항을 일방 공개한 뒤 '비공개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한 데 대해 공식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