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아, 니 엄마가 돌아가셨다"
1974년 8월 15일 밤, 청와대로 돌아온 아버지는 아들을 끌어안고 통곡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은 가슴이 들썩일 만큼 우는 아버지를 처음 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EG 회장(68)이 기억하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잃은 날의 모습이다.
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일 이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영화 '암살자(들)'이 제기한 박 전 대통령의 육 여사 암살 배후설을 반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 사진제공=국가기록원
박 회장은 "서울대병원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가 저를 와락 껴안으시더니 '지만아, 니 엄마가 돌아가셨다' 하시며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우셨다"며 "아버지가 그렇게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박 회장은 외할머니와 청와대에서 광복절 기념식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총에 맞아 쓰러진 뒤, 밤늦게 돌아온 아버지를 작은누나와 함께 맞았다.
그는 조선일보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확인하고 저녁 늦게 아버지가 청와대로 오셨다. 작은누나와 함께 복도에 서서 아버지를 맞이하는데, 우뚝 멈춰 서시더니 날 안고 통곡하셨다"며 "충격에 나 또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날의 기억을 꺼낸 박 회장은 영화가 아버지를 어머니 암살의 배후로 암시한 데 대해 "아버지가 어머니 암살의 배후라니,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미운가"라고 말했다.
박지만 EG 회장 / 뉴스1
이어 "문세광의 총탄에 어머니가 쓰러지는 모습을 온 국민이 TV 생중계로 지켜봤고, 재일교포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명백히 밝혀진 사건이 왜 지금 의혹의 대상이 되어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영화의 배후설에 대해서는 범행 장소를 들어 반박했다. 박 회장은 "어머니를 암살하려 했다면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왜 자신이 연설하는 곳에서, 자기도 총탄을 맞을 수 있는 곳에서 목숨을 걸고 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육 여사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박 전 대통령이 연설을 이어간 점을 의심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그럼 어머니를 따라 병원으로 가셨어야 하나"라고 되물으며 "내가 아는 아버지는 총알이 날아왔다고 '얼른 도망가자' 했을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육 여사가 기념식 참석을 꺼렸다는 영화 속 대목에는 행사에 나서기 전 어머니와 나눴던 장난을 떠올렸다. 그는 "행사에 갈 채비로 급하게 움직이시는 와중에도 나와 장난치며 웃던 일이 다 기억난다"고 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추진하는 사자 명예훼손 고소와 상영 중단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보다 아버지를 제대로 알리는 데 뜻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생전에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 사진제공=국가기록원
박 회장은 조선일보에 "영화가 상영되고 안 되고에 나는 관심이 없다. 손해배상 받아서 뭐 하나"라며 "법정으로 가는 것보다 많은 국민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아버지 박정희를 제대로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그간 답답했던 것이 좀 풀리는 느낌"이라며 "특히 젊은 친구들이 대통령 박정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기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