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2일(금)

56년 전 수학여행 떠났다가 46명 숨졌다... 살아남은 학생들이 처음 꺼낸 그날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지난 1일 방송에서 1970년 경서중학교 수학여행 버스 참사의 전말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날 방송은 수도권, 전국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교양·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 기준).


1970년 10월, 서울 마포 경서중학교 3학년 학생 470여 명과 교사 11명은 충남 아산 현충사를 향한 당일치기 수학여행을 떠났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9개 반은 버스 7대에 분산 탑승했는데, 정원 39명인 버스에 70명 이상씩 빽빽이 들어찼다. 3~4반이 탑승한 3호차에는 77명의 학생이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빼곡하게 탔다.


오후 4시, 현충사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던 3호차는 천안 방향 철길 건널목에 진입했다. 버스 기사는 경보기가 울렸음에도 멈추지 않고 무리하게 통과를 시도했다.


결국 기차와 정면 충돌했고, 열차는 버스를 약 80m가량 밀고 나간 뒤에야 멈춰 섰다. 버스 앞쪽 엔진과 연료통이 폭발하며 순식간에 화염이 차량 전체를 집어삼켰다.


구조 과정은 처참했다. 찌그러진 차체와 창문에 설치된 보호 창살이 탈출을 막았고, 대다수 학생이 차 안에 갇혔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인근 주민과 뒤따라오던 학생들이 돌로 창문을 깨며 구조에 나섰지만, 거센 불길과 연기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현장에서 부상자 32명, 버스 기사를 포함해 46명이 사망하며 해방 이후 가장 비극적인 버스 참사로 남았다.


이날 방송에는 리스너로 방송인 정이랑, 원어스 건희,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출연했다. 건희는 "나라면 패닉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고, 정이랑은 "아이를 낳고 보니까 사고가 남일 같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안지영은 "참혹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가 너무 괴롭고 잊고 싶은 기억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과밀 탑승과 열악한 현장 환경이 지목됐다. 사고 지점은 하루 통행량이 5천 대에 달했지만 차단기나 관리원조차 없는 3종 건널목이었다. 당시 철도청은 건설부와의 협의 미비를 이유로 시야를 가리는 정미소를 방치했고, 예산 부족을 핑계로 건널목 등급 상향도 하지 않았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번 '꼬꼬무'는 56년간 왜곡됐던 사실을 바로잡았다. 당시 언론은 교사들이 학생을 방치하거나 사고 후 도망쳤다고 보도했으나, 생존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인솔 교사들이 버스에 타지 못한 이유는 지각한 학생을 찾으러 간 사이 3호차가 임의로 무단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진실이 비로소 세상에 공개됐다.


참사 다음 날 새벽, 경서중학교에 임시 안치소가 마련됐다. 시신 훼손이 심해 유족조차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비극이 이어졌다.


국과수 직원이 파견돼 치아 감식을 진행했고 사망자 45명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받던 학생 한 명이 추가로 숨지며 최종 학생 사망자는 46명으로 늘어났다. 합동 장례식 현장 사진을 본 정이랑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듬해 발간된 졸업 앨범에는 희생자들의 얼굴과 함께 '사라진 별들'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트라우마로 연락을 끊었던 한 학생은 56년 만에 방송을 통해 동창들과 기적적으로 재회했다. 생존 학생들은 매년 10월 묘역을 찾아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추모하며 우정으로 아픔을 달래고 있다.


장현성, 장성규, 장도연은 "이 참사 이후로도 대형 참사들을 겪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희생되는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경서중학교 참사가 오랫동안 잊히지 않기를 바랐다.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