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2일(금)

500m 날아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한국판 스페이스X' 향한 한화에어로의 첫 시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순천 공장에서 조립 중인 로켓은 우주까지 가지 않는다. 높이 12.2m의 기체가 고도 500m까지 날아오른 뒤 다시 지상에 내려앉는다.


얼핏 보면 짧은 비행이지만, 한국이 이른바 '한국판 스페이스X'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검증하는 시험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처럼 발사체 1단을 회수해 다시 쓰려면 올라가는 기술만큼 안전하게 되돌려 세우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항우연은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순천 단조립장에서 '재사용 기술 시연체' 비행모델 1호기 조립에 들어갔다.


사진1. 재사용 기술 시연체 구성안 (항우연 제공)재사용 기술 시연체 구성안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이 연구를 주관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시스템 종합을 맡는다. 비츠로넥스텍은 엔진을, 한양이엔지는 지상 시스템을 담당한다.


시연체는 높이 12.2m, 직경 1.5m, 무게 6.4t 규모로, 추력을 조절할 수 있는 8t급 다단연소사이클 터보펌프 엔진 1기가 탑재된다. 2027년까지 조립과 기능시험을 마친 뒤 2028년 지상연소시험과 두 차례 비행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험에서는 기체를 고도 500m까지 올렸다가 다시 수직으로 착륙시킨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보다 기체를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재사용 발사체는 임무를 마친 1단의 속도를 낮추고 자세를 바로잡은 뒤 정해진 위치까지 되돌려 보내야 한다. 엔진 추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면서 자세제어와 유도·항법 기술까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이번 시연체는 엔진을 껐다 다시 켜는 '재점화' 방식 대신 계속 가동한 상태에서 추력을 조절하며 착륙할 예정이다. 먼저 비교적 단순한 조건에서 상승과 하강, 착륙 과정을 반복하며 제어 데이터를 쌓겠다는 것이다.


사진2. 재사용 기술 시연체 비행운영안(항우연 제공)재사용 기술 시연체 비행운영안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흥미로운 점은 이번 시험체와 실제 차세대발사체가 서로 다른 연료를 쓴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차세대발사체 개발 계획을 바꿔 80t급 메탄 엔진 1종을 개발하고 이를 1단과 2단에 공통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메탄 엔진을 기반으로 향후 1단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단계까지 개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반면 이번 시연체에 들어가는 8t급 케로신 엔진은 앞으로 차세대발사체에 탑재할 메탄 엔진의 축소형이 아니다. 당초 일회용 차세대발사체의 상단 엔진 개발 과정에서 제작한 지상개발모델을 활용한다.


항우연은 이미 확보한 케로신 엔진을 활용해 추력 조절과 자세제어, 수직이착륙 기술부터 검증한다. 새 엔진 개발이라는 변수를 덜어낸 상태에서 실제 비행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작은 시험체를 먼저 띄우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image.png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로켓 엔진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우연에 따르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올해 7월 높이 7.3m의 시험체 'RV-X'를 약 11m까지 띄운 뒤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험 조건과 기체 규모가 달라 11m와 500m라는 숫자만 놓고 기술 수준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고도 비행으로 상승과 하강, 착륙 데이터를 먼저 쌓는 흐름은 비슷하다.


우주항공청은 올해 3월 시스템 설계를 마쳤으며, 2027년부터 상세설계와 제작, 발사대와 시험설비 구축 등에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은 2032년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재사용을 고려한 발사체 체계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이후 추가 실증을 통해 1단 회수와 재사용 기술을 고도화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다만 2032년 이후 후속 사업의 예산과 추진 주체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에 이어 차세대발사체 개발에서도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재사용 기술 시연체에서도 엔진과 구조물, 각종 시스템을 하나의 비행체로 통합한다.


2028년 500m 시험이 성공하더라도 실제 우주 임무를 마친 1단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려면 재점화와 재진입, 장거리 유도, 착륙 등 여러 기술을 더 검증해야 한다.


b0977443-e973-4a8e-b6eb-8631e0fa6589.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지금까지 한국의 발사체 개발은 '어떻게 우주로 보낼 것인가'에 무게를 뒀다. 2028년 예정된 500m 시험부터는 질문이 하나 더해진다.


'올려보낸 1단을 어떻게 다시 가져올 것인가.'


12.2m짜리 시연체의 짧은 왕복 비행이 한국 재사용 발사체 개발의 첫 실전 데이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