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국 고속도로를 차세대 충전 기술과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실증 무대로 활용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미래 전동화 차량을 위한 충전 기술을 시험하고, 도로 위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안전·유지관리 기술을 검증한다. 연구실이나 제한된 시험장을 넘어 실제 차량이 오가는 전국 단위 도로망에서 기술을 시험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에서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 기반 차세대 지능형 충전 인프라 및 피지컬 AI 기술 연구·실증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왼쪽부터) 한국도로공사 조성민 도로교통연구원장과 현대차그룹 미래전략본부장 정호근 부사장 / 현대자동차그룹
협약식에는 정호근 현대차그룹 미래전략본부장 부사장과 조성민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이 우선 주목하는 곳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다.
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 보급이 확대되면서 장거리 이동이 많은 고속도로에서는 충전기 숫자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충전 과정 자체를 자동화하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도로공사는 휴게소를 차세대 지능형 충전 기술을 시험하는 거점으로 활용해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실제 환경에서 검증할 계획이다.
고속도로 자체도 피지컬 AI의 실험장이 된다.
양 기관 관계자 단체 기념촬영 / 현대자동차그룹
피지컬 AI는 AI가 카메라와 센서 등을 통해 현실 공간을 인식하고 로봇이나 기계장치를 직접 움직여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을 뜻한다. 생성형 AI가 텍스트나 이미지 등 디지털 영역을 중심으로 작동한다면 피지컬 AI는 실제 공간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ZER01NE)'이 투자·발굴한 스타트업들과 연계해 고속도로 안전과 유지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피지컬 AI 기술을 검증한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고속도로 환경에서 시험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고속도로는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가는 데다 날씨와 조도, 노면 상태 등 환경 변화가 크다.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실증 환경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양측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모빌리티·로봇 관련 사업 경험과 한국도로공사의 도로 연구 역량을 결합해 미래 도로 기술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봇과 AI가 현실 공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해 자율주행과 물류·서비스 로봇 등 현실 공간에서 작동하는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정호근 현대차그룹 미래전략본부장 부사장은 "로봇과 모빌리티 기술은 실제 현장에서의 검증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며 "한국도로공사가 보유한 전국 고속도로 인프라는 현대차그룹의 충전 기술은 물론 제로원이 투자한 스타트업의 피지컬 AI 기술까지 대규모로 실증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라고 말했다.
협약식 이후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에서는 관수와 보안, 배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 시연도 진행됐다.
현대차그룹이 실내와 공장 중심으로 확장해온 로봇·AI 기술의 적용 범위를 고속도로까지 넓히면서 전국 도로망이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검증하는 대규모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