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아직 받지 않은 공사대금을 미리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올해 들어 총 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도 줄이면서 재무 부담을 동시에 낮추는 모습이다.
1일 롯데건설은 자체 개발한 공사대금채권 유동화 구조를 활용해 2000억원 규모의 3차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과 7월 각각 30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이번 3차 발행까지 합치면 올해 공사대금채권 ABS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8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 / 인사이트
이번 ABS는 만기 1년으로 발행됐다. KB국민은행이 주관하고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발행 물량을 전량 인수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신용등급이다. 이번 ABS는 최고 수준인 'AAA' 등급을 확보했다. 다만 이는 롯데건설 자체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아니라 이번에 발행한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이다.
ABS는 롯데건설이 향후 받을 공사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묶어 먼저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이번 3차 발행에는 주택사업장과 롯데그룹 계열사 사업장 등 모두 6곳의 공사대금채권이 기초자산으로 활용됐다. 계열사 사업장의 채권을 포함하고 은행 신용공여 등을 결합해 증권의 신용도를 높였다.
건설사는 통상 공사를 진행한 뒤 일정 시점에 공사대금을 받는다. ABS를 활용하면 이처럼 실제 대금이 들어오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채권을 토대로 자금을 먼저 확보할 수 있다.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이번 발행을 통해 2027년 상반기까지 받을 예정이던 공사비 가운데 약 4700억원을 조기에 회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대금 회수 시점이 앞당겨지면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고 은행 차입이나 회사채 등 기존 자금조달 수단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롯데건설이 최근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건설업계의 PF 부담도 자리하고 있다.
회사는 그룹 차원에서 조성한 2조3000억원 규모 PF 펀드 '프로젝트 샬롯'의 선순위 차입금 1조200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남아 있는 약 1조원 규모 자금도 연말까지 추가 상환과 재구조화를 거쳐 8000억원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PF 우발채무 역시 줄이고 있다.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지난 8월 말 기준 약 2조4000억원으로, 회사는 이를 올해 말 2조2000억원대로 축소한다는 목표다.
공사대금채권 ABS를 통한 현금 확보와 PF 우발채무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부동산 경기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단순히 차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금 조달 구조 자체를 다변화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1·2차에 이은 이번 3차 ABS 발행 성공은 회사가 자체 개발한 금융상품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며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와 PF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견고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실적 개선 흐름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