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공급 기준 90%→70% 조정 신청...2분기 연료비 두 배로
대체사 없어도 슬롯 반납하면 의무 해제 요청...전원회의 판단 남아
대한항공이 괌 노선의 좌석 공급 부담을 줄이겠다며 공항 이착륙 시간대인 슬롯을 자진 반납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관광 수요가 줄었다며 공급 기준을 낮춰 달라고 요청하면서, 슬롯을 넘겨받을 항공사가 없을 때는 반납만으로 공급 유지 의무를 풀어달라고 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지난달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심사 내용에 따르면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5개사는 지난해 12월 인천~괌과 부산~괌 노선의 시정조치 변경을 신청했다.
이들은 연간 공급좌석을 2019년의 9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한 기준을 70%로 낮춰 달라고 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전원회의 결정 전까지 기존 의무는 유지된다.
연료비 두 배로...운항계획 바꾸는 데도 시간
항공사들은 괌 관광 인프라 악화와 여행 트렌드 변화로 수요가 줄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에는 180석 항공기에 승객 3명만 탑승한 사례도 있었다. 연합뉴스가 국토교통부 항공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지난해 11월 7일 대한항공 KE2260편으로, 괌에서 부산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이었다.
공정위는 일부 항공편의 낮은 탑승률이 대한항공의 연말 공급좌석 비율 맞추기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해 11월 괌 노선 증편 당시 공급계획을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EBN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통상 최소 반기 단위로 공급계획을 미리 세운다고 밝혔다. 운항 일정과 항공기 운영계획을 짜고 각 공항의 운항 시간대까지 확보해야 해 갑자기 공급을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올해 들어서는 기름값 부담도 커졌다. 대한항공의 2분기 별도 기준 연료비는 1조999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0.9%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은 25.9%였다. 회사는 지난 4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급증에 대비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대한항공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발 여객 수요가 다소 위축됐다고 밝혔다. 중동지역 환승 수요와 방한 수요가 늘어난 노선에는 공급을 확대했다. 괌 두 노선에는 2019년 공급량의 90%를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적용되고 있다.
슬롯 자진 반납도 인정해달라...공정위는 기각 의견
공정위는 기업결합 시정조치로 슬롯·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도록 했다. 이전이 끝난 노선에서는 공급좌석 유지 등 의무를 해제하도록 했다.
올해 1월 국토교통부와 공정위가 발표한 대체 항공사 선정 결과에서 인천~괌과 부산~괌은 신청 항공사가 없어 선정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인천~자카르타는 티웨이항공, 인천~시애틀은 알래스카항공, 인천~호놀룰루는 에어프레미아가 대체 항공사로 정해졌다.
대한항공 측은 대체 항공사의 신청이 없어도 슬롯을 자진 반납하면 이전을 마친 것으로 인정하고, 해당 노선의 공급 유지 의무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심사관은 시정조치를 확정한 2024년 12월 24일 이후 괌 두 노선에서 의무 이행이 곤란해질 만한 새로운 사정변경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공정위는 괌 노선 변경 신청과 별도로 청주~제주 노선의 공급좌석 유지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심사관은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이 2024년 12월 12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공급좌석을 기준치 아래로 줄였다고 판단해 이행강제금 부과와 법인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두 사안은 항공사들의 서면 의견과 증거자료, 의견 진술을 거쳐 전원회의에서 결론이 난다. 공정위는 괌 노선 변경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기존 판단과 배치되는 새로운 사정변경이 발생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