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2일(금)

서른 살 맏이의 비극...7명 살리고 떠난 아들의 마지막 한마디

"사랑해. 고생 많았어, 엄마. 그리고 미안해.".


지난 1월 괴한의 폭행으로 뇌출혈을 입고 쓰러졌던 오선재(30) 씨가 짧게 의식을 되찾았을 때 어머니를 향해 남긴 마지막 육성이다.


혼잣말로 자신에게 닥친 참변을 분해하고 억울해하던 청년은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가족들은 평소 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지난 2월 6일 심장과 폐, 간, 신장, 안구 등 주요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오 씨는 그렇게 7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건네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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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씨의 여동생 오수현 씨에 따르면 그는 전남 광양에서 2남 1녀 중 첫째로 자랐다. 불과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읜 뒤 홀로 생계를 짊어진 어머니를 도우며 두 동생을 보살핀 든든한 맏형이었다.


일터에서 지쳐 돌아온 어머니를 위해 밥상을 차리던 소년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배달 대행과 화물차 기사, 보험영업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그는 지난 2022년 9월 한 배터리 제조공장에 계약직으로 들어간 뒤 2024년 9월 꿈에 그리던 정규직 자리를 꿰찼다.


마라톤과 헬스를 즐기며 첫 차를 장만했던 그는 어머니에게 "이제 돈 벌 일만 남았으니 걱정 말라"며 "언젠가 꼭 집을 마련해 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다짐했다.


그러나 비극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사건이 터진 1월 18일은 생일을 앞둔 여동생 수현 씨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한 날이었다.


동생이 달려간 곳은 식당이 아닌 응급실이었다. 수현 씨는 "처음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다른 생각은 모두 잊은 채 오빠가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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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유족들은 남겨진 흔적을 정리하며 짙은 슬픔을 견뎌야 했다. 스마트폰 비밀번호조차 풀지 못해 직장과 집, 차량을 정리하는 과정마다 사망 사실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했다. 수현 씨는 "오빠를 떠나보낸 뒤 매일이 전쟁 같은 시간이었다"며 눈물을 삼켰다.


장기기증은 오 씨가 생전 가족과 친구들에게 밝혀 온 확고한 뜻이었다. 의료진으로부터 가망이 없다는 최종 통보를 받은 어머니가 먼저 장기기증 의사를 꺼냈고,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동의서에 서명했다. 수현 씨는 "엄마에겐 뼈를 깎는 아픔이었지만, 오빠의 바람대로 다른 이들에게 온전한 삶을 남겨주고 보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씨를 마구잡이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8) 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구형량(징역 5년)보다 높은 형량이었으나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A 씨는 술집에서 시비가 붙자 오 씨를 건물 밖으로 유인해 폭행했으며, 사전에 휴대전화로 '싸움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녹음하려 시도한 데 이어 피해자가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구타를 멈추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수현 씨는 항소심 법정에서 "우리가 바라는 건 사적인 복수가 아니라 가해자가 자신이 저지른 죄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뿐"이라며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해당 사건의 2심 선고 공판은 오는 13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