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2일(금)

김남호 물러난 DB그룹...김준기, AI 신사업 전면에 섰다

'AI 대응' 내걸고 회장 바꾼 지 1년3개월...김준기·이수광, 신사업 보고 함께 받아

데이터센터 건설·운영 검토...투자 규모와 사업 맡을 계열사는 미공개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이수광 그룹회장이 나란히 인공지능(AI) 신사업 보고를 받았다. DB가 'AI 혁명 대응'을 내세워 김남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선 지 1년3개월 만이다.


김준기(오른쪽) DB그룹 창업 회장과 이수광(왼쪽) 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대치동 DB금융센터에서 그룹의 ‘인공지능 전환(AX)’ 사업 계획을 듣고 있다. DB그룹김준기(오른쪽) DB그룹 창업 회장과 이수광(왼쪽) 그룹 회장이 / 사진제공=DB그룹


DB그룹은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DB금융센터에서 'AI 추진전략 보고대회'를 열었다. 그룹 AI 자문단과 태스크포스(TF)가 데이터센터와 AI 에이전트, AI 솔루션 등 세 분야의 사업 검토 내용과 추진 현황을 보고했다.


DB가 배포한 행사 사진에는 김 창업회장과 이 회장이 앞줄에 앉아 보고를 듣는 모습이 담겼다. 


'AI 혁명' 대응한다며 바꾼 회장


지난해 6월 27일 DB는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그룹회장으로 선임했다. 2020년 7월부터 그룹을 이끌었던 김남호 회장은 약 5년 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1975년생인 김 명예회장의 후임은 1944년생 이 회장이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동갑인 이 회장은 1979년 DB그룹에 들어와 동부고속과 동부화재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DB는 당시 글로벌 무역전쟁과 산업구조 변화, AI 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고 밝혔다.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들에게 경영을 맡겨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DB는 2022년 말 사업구조를 보험·금융·제조서비스로 나누고 각 사업그룹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그룹회장 자리까지 전문경영인으로 채웠다.


DB는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번갈아 경영을 맡는 일본 토요타를 예로 들며 ‘자율·책임경영’을 강조했다. 김 명예회장은 그룹의 비전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전문경영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김 명예회장이 올해 3월 9일 낸 입장문에는 부친과의 관계도 담겼다. 그는 경영상 일부 이견이 있었다면서도 부친에게 맞설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DB를 "창업자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검토, 투자 주체는 미공개


이번 보고회에서는 DB Inc IT부문 AX추진실이 AI 에이전트 사업모델을 소개했다. 기존 사업에 AI를 접목해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사진제공=DB사진제공=DB그룹


DB Inc는 보험사업에 적용한 AI 플랫폼 '벡타'의 개발사이기도 하다. 이날은 벡타와 함께 DB손해보험의 AI 광학문자인식(OCR)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성균관대 온디바이스연구센터와 진행하는 반도체 설계·공정기술 프로젝트도 보고에 포함됐다. 


데이터센터 사업에는 그룹사 부지와 도심 빌딩을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AI 학습용 데이터센터와 추론용 엣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구상이다.


데이터센터 사업의 투자와 운영을 맡을 계열사는 이번 발표에 명시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대상 부지와 투자 규모, 건설 일정도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김 창업회장과 이 회장, 각 계열사 경영진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김 창업회장은 2017년 9월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2021년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심 선고 다음 달인 3월 1일 DB Inc 미등기 임원으로 복귀했다.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3년6개월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