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정이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버지 여홍철 이사와 금메달 2개로 어깨를 나란히 한 여서정은 부상을 이겨내고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4일 여서정은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483점으로 압도적인 기량을 펼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은 이날 아버지와 같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 획득이라는 기록을 함께 세웠다.
대한민국 여서정이 24일 일본 나고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개인전 결선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왼쪽은 은메달을 수상한 북한 안창옥, 오른쪽은 동메달을 수상한 중국 두쓰위. 2026.9.24 / 뉴스1
여홍철 이사는 1994 히로시마, 1998 방콕 대회에서 남자 도마를 2회 연속 제패한 바 있다. 여서정은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 여 이사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며 부녀는 선수 이력까지 닮은 행보를 보였다.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여서정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너무 행복하고 감격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솔직히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고 긴장도 많이 했다"며 결선 순간을 돌이켰다.
여서정은 "8년 전에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는 주위의 기대로 더 부담됐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약간 모르고 잘했다면, 이번에는 여러 부상을 이겨내고 많은 분의 응원 덕에 딴 금메달이라 더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담을 느꼈다는 고백과 달리 여서정은 참가한 8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14점을 넘기며 실력 차이를 확실히 보여줬다. 2024 파리 올림픽 당시 오른쪽 어깨 탈구, 재활 과정 중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연이어 겪었던 여서정은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여서정이 24일 일본 나고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개인전 결선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뒤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6.9.24 / 뉴스1
여홍철 이사는 경기 전 딸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도 잘했고 오늘도 잘할 거다. 사랑한다"고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여 이사가 방송해설 중 딸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말했다는 전언에 여서정은 "그럼 소고기를 사달라고 해야겠죠?"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8년 전 금메달을 땄을 때 해설 중 울었던 아버지가 이번에는 웃었다는 얘기를 듣자 여서정은 "안 우셨어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무래도 그땐 너무 어렸고, 지금은 많이 컸으니 그러시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이제 아빠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아빠의 길을 똑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게 너무 좋다"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부녀가 이룬 성과에 뿌듯함을 드러냈다.
금메달 라이벌로 꼽혔던 북한의 안창옥(23)은 2차 시기 착지에서 큰 실수를 범했다. 여서정은 "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고 싶었는데 안타까웠다"며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라고 안창옥을 평가했다.
북한이 한민족 개념을 접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한국과 관계를 철저히 분리한 뒤 국제 스포츠종합대회에서 훈훈했던 남북 관계는 예전만 못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남북 선수들의 교류도 사실상 완전히 끊겼다. 시상식에서 메달리스트끼리 어깨동무하며 함께 포즈를 취하는 흔한 장면도 여서정과 안창옥에게선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