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양국 간 비공개 합의를 위반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며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 간 비공개 합의를 둘러싼 외교적 긴장이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송환이 외교·안보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포로 국내 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할 때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비공개하기로 양국이 약속했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정부가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보수 야권에서 제기한 비판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타당하고 정당한 비공개 조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어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되든, 누군가 죽어 나가든, 국익이 손상되든 개의치 않고 성과를 생색내느라 포로 송환 사실을 징치고 춤추며 온 세상에 광고했을 그들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비공개 노력이 이해가 안 될 뿐 아니라 심지어 '뭔가 문제 될 게 있나' 싶을 것"이라며 "이처럼 잔인하고 무책임할 수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보수 야권이 정치적 득실을 위해 국익과 안보를 위협하는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할 경우 정부에 정치적 도움이 됐을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국익을 우선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 지지율 만회에 명백히 도움 될 북한 포로 국내 송환 사실을 공개하자는 내부 주장이 왜 없었겠느냐"며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고 말하며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2026년 9월 23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은 생포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중 한 명은 포로로 잡힐 것을 알아차렸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고 운명이 자신을 죽게 놔두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것이 북한에서 사람들을 키워내는 방식"이라며 "그들의 자유와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다"고 비판했다. 또 "왜 북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야 하나, 그런 세력에게 전쟁하는 법을 배울 시간을 더 줘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전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김정은은 그들을 마치 화폐처럼 이용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고 있다"며 "아시아 전역의 국가들은 이미 북한의 향상된 탄도미사일과 크게 발전한 드론 역량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해 무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북한 지도자는 러시아군의 취약한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냈고 북한군 역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제때 막지 못했고 제때 중단시키지 못했으며 러시아가 제때 처벌받지 않은 전쟁이 계속 확산하면서 악도 함께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무수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모든 것이 파괴되는 반인륜적 전쟁들이 조기에 종식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며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기원하는 메시지로 글을 마무리했다. 양국이 비공개로 합의한 민감한 사안이 일방적으로 공개되면서 한·우크라이나 간 외교적 신뢰 균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향후 대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