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로 발목을 잃은 육군 25사단 수색대대장 A중령이 마취에서 깨어난 직후 부하 장병들의 안위부터 챙긴 사실이 확인됐다.
24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군 소식통은 A중령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상태를 호소하기보다 "다른 부대원들은 괜찮습니까"라며 대원들의 상태를 먼저 물었다고 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고는 지난 21일 오전 10시 50분께 25사단 관할 서부전선 DMZ에서 발생했다. 당시 A중령과 장병 10여 명은 북한군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를 준비하며 수색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수색로 개척은 미확인 지대에서 지뢰나 불발탄 등 위험 요소를 확인하며 안전한 통로를 확보하는 작전이다.
작전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군사분계선(MDL)을 50여m 남겨둔 지점에서 1차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선두에 있던 공병 B중사가 크게 다쳤고, A중령은 B중사를 구조하기 위해 접근하다 2차 폭발에 휘말려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남은 병력들은 적에게 노출될 위험 속에서도 두 중상자를 들고 안전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했다. 군 관계자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전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전달했다. 군 당국은 DMZ 안으로 의무후송헬기를 긴급 투입해 부상자들을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했다. 두 사람은 당일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B중사 역시 보호덧신 등 안전 장구를 착용했으나 다리 부위에 심한 열상을 입었다. 남측에 주로 매설된 M14·M16 지뢰는 보호 장구 착용 시 열상이나 발목 골절상 수준에 그치는 반면, 신체 절단까지 이른 폭발력을 고려할 때 폭발력이 훨씬 큰 북한의 목함지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최신형 지뢰탐지기를 지참했음에도 사전에 지뢰를 발견하지 못한 점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한국관광공사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는 지뢰 종류와 매설 주체 등에 대해 "현장조사와 화약 성분 등 정밀분석 전에는 확정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고의로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군사적·정전협정상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직접 설치했을 가능성과 함께 폭우로 인해 떠내려온 지뢰일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발생 지역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지뢰지대를 만든 곳의 인근"이라고 주장했으나, 합참 관계자는 "해당 지역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군 당국은 23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와 현장 조사 계획을 논의했으며 조만간 합동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군 내부에서는 조사가 늦어질 경우 현장의 지뢰 잔해와 토양 등 증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군 당국은 추가 피해 방지와 장병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취임 이튿날인 23일 수도병원을 찾아 부상 장병들을 위문했다. A중령은 강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부대원의 안위를 먼저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작전 수행 과정에서 전우를 구하기 위해 부상을 입은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노고를 치하했다. 이어 해당 부대를 방문해 "적이 도발하거나 침범하면 주저하지 말고 단호하게 대응하라"며 "여러분의 단호한 대응이 곧 나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사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비무장지대에서 한국군 장병이 부상을 입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추가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합참이 사고 발생 2시간 30분이 지나 언론에 사실을 알린 점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장병의 안전이 최우선이었고, 환자 수송 작전 중이었기에 설명이 늦었다"고 해명했다.